쓰다 벗으면 느리게 보여 제주 비밀병기 첨단 고글

쓰다 벗으면 느리게 보여 제주 비밀병기 첨단 고글

입력 2013-02-08 00:00
수정 2013-02-0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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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가 쓴 선글래스 같은 고글이다.

지난 6일 프로축구 제주가 전지훈련 중인 일본 오키나와의 요스노 우라 운동공원 그라운드를 내닫는 혼혈선수 강수일의 얼굴에는 고글이 걸처져 있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써서 화제가 된 나이키 스팍 베이퍼 스트로브 고글이다. 집중력을 높여주는 첨단 안경으로 이걸 쓰면 시야가 어두워지는데 테두리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마치 카메라 셔터를 눌렀을 때 필름이 돌아가듯 사물이 환해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한다. 동적인 움직임이 정적으로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가져다 준다. 한쪽 글래스만 동작하게 할 수도 있다.

훈련 뒤 고글을 벗으면 시각적인 속도가 느려지는 대신 선수들의 동작은 민첩해지고 정확해져 볼 키핑 능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볼의 각도와 속도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힘도 생긴단다. 호날두는 어둠 속에서 크로스된 공을 정확히 키핑했다. 다만 어지럼증이 심한 선수는 착용할 수 없다. 50만원대 제품인 데다 6개월 전 출시돼 아직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구입했는데 효과 있다고 판단되면 더 구매할 예정이다. 아직 한국에는 우리가 산 두 개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SK축구단답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 엿보인다.

강수일은 “오늘 고글을 끼고 훈련했는데 어려웠다. 잘 안 보이니까 집중을 하게 되는 것 같다”며 “고글을 벗으면 약간 어지럽긴 하지만 빠르게 날아오는 공도 느려지는 착시효과가 있는 것 같다. 키핑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제주는 모든 선수들의 휴대전화에 수면 관리에 도움을 주는 슬립 타임 앱을 깔아줬다. 휴대전화를 베개 밑에 둔 채 자면 얼마나 깊이 잠들었는지 데이터가 전송된다. 깊은 잠에 빠졌을 땐 그래프가 파란색으로, 잠을 설쳤을 때는 연두색으로 변한다. 구단 측은 “선수들이 시합전에 깊은 잠을 잤는지 점검할 수 있고 일찍 잠들게 하는 효과도 덤으로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오키나와 강동삼 기자

kangtong@seoul.co.kr

2013-02-08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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