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전 후 ‘울음바다’ 된 여자수구팀…“매 순간이 최고였어요”

최종전 후 ‘울음바다’ 된 여자수구팀…“매 순간이 최고였어요”

신성은 기자
입력 2019-07-22 11:08
수정 2019-07-2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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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는 내 인생의 꽃길…기회 있다면 계속하고 싶어”

경기 종료를 알리는 신호음이 경기장에 울렸다. 물 밖으로 나온 선수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한국은 22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수구 15·16위 결정전에서 쿠바에 0-30으로 졌다.

5전 전패의 성적표를 받아든 한국은 최하위(16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예견된 성적이었다. 이번 대회 전까지 한국에는 여자 수구팀이 없었다. 수구를 전문으로 하는 선수도 없었다.

대회가 임박한 5월, 대한수영연맹은 선발전을 통해 13명의 대표팀을 급히 선발했다. 대부분이 고등학생이었고 중학생도 2명 있었다.

한국의 목표는 ‘한 골’이었다. 첫 경기인 헝가리전에서 0-64로 대패했을 때만 하더라도 불가능한 목표처럼 보였다.

그러나 2차전에서 경다슬(18·강원체고)이 강호 러시아를 상대로 역사적인 첫 골을 기록했고, 이어진 캐나다전과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도 한국은 각각 2골, 3골을 넣었다.

쿠바와의 최종전이 끝나자 선수들은 따듯한 포옹으로 서로를 격려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시울이 붉어진 이들은 결국 눈물을 쏟았고, 이내 울음바다가 됐다.

경기 후 경다슬은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공동취재구역에 들어왔다. 평소의 발랄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대회를 마친 그는 아쉽지 않다고 했다.

“더 잘할 수 없을 정도로 매 경기를 열심히 뛰었다”며 “아쉬움은 없다. 매 순간순간이 최고였다”고 했다.

그는 “팀 종목인 수구를 하면서 이기적이었던 내가 바뀌었다”며 “매일 즐거웠고, 앞으로도 계속 수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짧았던 준비 기간은 선수들을 더욱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경다슬은 “한 달 연습 후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나간다는 것은 일반인이 한 달 동안 훈련해서 메시와 축구를 하는 것과 같다”며 “이 때문에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뭉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수구 덕분에 응원도 많이 받았고, 대표팀 동료들과 정도 많이 들었다”며 “개인 종목인 수영을 하면서 이제껏 못 느껴본 감정을 수구를 통해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경다슬의 첫 골 당시 벤치에서 펑펑 울었던 김예진(18·창덕여고)은 최종전이 끝난 뒤 선수들을 한명 한명 안으며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불행했던 제 인생이 수구를 통해 꽃길을 걷게 됐다”며 “경영에서는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는데 동료들과 기쁨도, 아픔도 함께하는 수구를 하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팀 선수들과 만난 기간은 짧았지만, 합숙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며 “앞으로 수구팀이 만들어지면 다시 선발전을 치러서 합류하고 싶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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