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 엄마’가 가장 빨랐다

‘152㎝ 엄마’가 가장 빨랐다

최병규 기자
입력 2019-10-01 00:00
수정 2019-10-01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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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저-프라이스 女100m 10초71 우승

“나의 우승은 모든 어머니를 위한 승리”
혼성 계주 펠릭스·경보 류훙도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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셸리 앤 프레이저-프라이스가 3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100m에서 10초71의 기록으로 우승한 뒤 자신의 두 살배기 아들 시온 프라이스를 품에 안고 조국 자메이카의 국기를 흔들고 있다. 도하 로이터 연합뉴스
셸리 앤 프레이저-프라이스가 3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100m에서 10초71의 기록으로 우승한 뒤 자신의 두 살배기 아들 시온 프라이스를 품에 안고 조국 자메이카의 국기를 흔들고 있다.
도하 로이터 연합뉴스
“나의 우승은 세상 모든 어머니를 위한 승리다”.

키 152㎝ 단신의 여자 스프린터 셸리 앤 프레이저-프라이스(33·자메이카)가 30일(한국시간) 도하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100m에서 우승한 뒤 밝힌 소감이다. 카타르 도하에서 개막 사흘째를 맞은 이번 대회에서는 ‘30대 엄마’ 세 명이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며 이변의 주인공들이 됐다. 프레이저-프라이스가 여자 100m에서 10초71의 개인 두 번째 기록(개인 최고 기록 10초70)을 세우며 베이징대회 이후 4년 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앨리슨 펠릭스(34·미국)는 혼성 1600m 계주에서 3분09초34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고, 중국의 류훙(32)도 여자 20㎞ 경보에서 1시간32분53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AP통신은 “이날은 육상계에서 ‘어머니의 날’로 불려도 좋을 것 같다”고 타전했다. 세 명 모두는 아이를 낳은 뒤 종목에 복귀한 ‘엄마 육상 선수’다. 화려한 전성기를 보낸 뒤 출산으로 변곡점을 맞을 뻔했지만 ‘임신과 출산 뒤에는 여자 선수들의 기량이 급락한다’는 편견을 깼다. “어머니도 할 수 있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기록은 더 풍성하다. 프레이저-프라이스는 세계선수권대회 8번째 금메달이자, 10번째 메달(금8·은2)을 목에 걸었다. 여자 100m에서는 4번째 금메달이다. 펠릭스는 통산 12개째 금메달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11개)의 최다 기록을 넘어섰다. 펠릭스는 남녀 통틀어 세계선수권 최다 메달리스트(17개)다. 류훙은 세계선수권에서 통산 5번째 메달(금2·은2·동1)로 여자 경보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

프레이저-프라이스는 “2017년 임신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내 선수 경력도 끝났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남편과 아들은 나를 믿었다. 그래서 2018년 트랙 복귀를 택했다”고 말했다. 펠릭스는 이어 “프레이저-프라이스는 모든 여자 선수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고 편견과 환경을 극복한 동료를 극찬했다.

펠릭스는 임신과 출산을 한 뒤 ‘임신 기간 후원금을 70% 삭감한다’는 나이키의 정책에 정면으로 맞섰다. 결국 그는 “펠릭스와 모든 여성 선수들, 팬들에게 사과한다. 나이키는 후원 선수가 임신해도 후원금을 모두 지급한다”는 약속을 받아내 모든 여자 육상 선수들의 귀감이 됐다. 펠리스는 “나와 여자 동료들의 투쟁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어머니도 할 수 있다’는 걸 성적으로 보여줘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19-10-0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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