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위 올라오면서 투구 수 줄고, 실점은 줄어
일본 진출 첫해 18경기 만에 두자릿수 세이브를 달성한 한신 타이거스 마무리 오승환(32)의 소감은 “숫자에 특별히 의미를 두지 않는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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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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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센트럴리그 팀을 모두 상대하고, 모든 구장을 돌아보면서 ‘일본 야구에 적응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자신은 “아직 개인 타이틀을 얘기할 때는 아니다”라고 손을 내젓지만 일본 언론은 ‘적응을 마친’ 오승환을 센트럴리그 구원왕 후보로 꼽고 있다.
오승환을 응원하는 국내 팬도 ‘한국인 최초의 일본 프로야구 구원왕 탄생’을 기원한다.
오승환은 18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와의 홈경기에서 4-1로 앞선 9회초 한신의 다섯 번째 투수로 등판, 1이닝을 무피안타 실점으로 막아 시즌 10세이브째를 올렸다.
19일 현재 오승환은 히로시마 도요카프 마무리 캄 미콜리오(11세이브)에 1세이브 뒤진 센트럴리그 구원 부문 2위에 올라 있다.
오승환의 10세이브 달성 장면을 지켜보고 19일 귀국한 오승환의 에이전트 김동욱 스포츠 인텔리전스 대표는 “4월에 경기가 잘 풀렸으면 지금 1위를 달리고 있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최근 페이스는 오승환이 더 좋다.
오승환은 정규리그 처음 4번의 등판에서 4이닝 3실점하며 평균자책점이 6.75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14경기 연속 비자책 행진을 이어가며 평균자책점을 1.47까지 낮췄다.
미콜리오는 평균자책점 1.35를 기록 중이지만 최근 등판이던 9일 주니치 드래건스와 경기에서 1이닝 동안 2피안타를 맞으며 1실점했다.
오승환은 “상대 마무리 투수를 신경 쓰지 않는다”며 “내 공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자신의 공만 생각해도 자신감은 커진다.
김동욱 대표는 “오승환의 최근 경기 최고 구속이 전광판 기준으로 시속 151∼152㎞가 찍히지만 한신 관계자들은 ‘더그아웃에서 보면 150㎞대 중반의 묵직한 느낌을 받는다’고 하더라”며 “사실 시즌 초반에 최고 구속이 150㎞를 넘지 못하는 걸 두고 일본 언론이 의심을 품기도 했고, 오승환도 조금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모양이다. 이제는 누구나 인정하는 강속구를 던지니 오승환도 더 자신감 있게 마운드에 선다”고 전했다.
자신감은 호투로 이어졌다.
김동욱 대표는 “최근 오승환의 투구 수가 줄었다”며 “구위가 완전히 올라왔다는 의미”라고 했다.
오승환은 일본 무대 첫 등판이던 3월 29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1이닝 동안 32개의 공을 던졌고, 이 중 20개가 파울이었다.
하지만 최근 6경기에서는 이닝당 평균 투구 수가 16개로 줄었다.
시즌 초반 일본 타자들이 오승환의 공을 파울로 걷어냈지만, 최근에는 오승환이 구위로 타자를 억누르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일본 프로야구 적응 여부가 오승환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돔구장 등 낯선 환경, 한국 타자보다 정교한 일본 타자 등이 적응의 대상이었다.
오승환은 센트럴리그 모든 구단을 상대로 세이브를 올렸고, 도쿄돔·나고야돔 등 센트럴리그 모든 구장 마운드에 섰다.
이제 오승환은 일본 무대가 낯설지 않다.
2005년 삼성 라이온즈 신인이던 오승환을 마무리로 발탁한 스승 선동열 KIA 타이거스 감독은 주니치에서 뛰던 38세이브를 거두며 사사키 가즈히로와 동률을 이뤘지만 당시 일본 프로야구는 ‘세이브 수’가 아닌 ‘세이브 포인트’로 구원왕을 가렸고, 3구원승을 기록한 사사키가 1구원승을 얻은 선 감독을 제치고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오승환이 일본 진출 첫해부터 스승의 아쉬움을 털어낼 기회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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