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눈 품질마저 ‘메이드 인 차이나’… 얼음 왕국 베이징올림픽

인공눈 품질마저 ‘메이드 인 차이나’… 얼음 왕국 베이징올림픽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2-02-06 17:54
수정 2022-02-0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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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경기장 옆에 인공눈이 얼음이 된 모습. 장자커우 류재민 기자
지난 5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경기장 옆에 인공눈이 얼음이 된 모습. 장자커우 류재민 기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저 멀리 언덕 위에 제설기가 눈에 띄었다. 제설기가 열심히 눈을 뿌린 곳은 하얗지만 나머지 주변은 황량했던 탓이다. 베이징동계올림픽 설상 종목이 열리는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경기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은 마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했다.

베이징올림픽은 역대 최초로 인공눈 100%를 활용하는 올림픽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베이징과 장자커우 지역의 겨울 평균 강수량은 7.9㎜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 설상 종목을 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지만 사상 최초의 동·하계 올림픽 개최 도시를 꿈꾸던 중국은 인공눈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제설기가 눈을 뿌린 곳이 하얗게 덮인 반면 옆은 장자커우 환경 그대로 남아 있는 모습. 장자커우 류재민 기자
제설기가 눈을 뿌린 곳이 하얗게 덮인 반면 옆은 장자커우 환경 그대로 남아 있는 모습. 장자커우 류재민 기자
물을 잘게 부순 입자를 쏘아 올리면 외부의 찬 온도에 의해 얼면서 인공눈이 만들어진다. 이때 외부 공기가 건조해야 하는데 내륙의 고지대 산악 지형으로 건조한 장자커우이기에 인공눈이 가능했다.

그러나 인공눈은 많은 물과 전기 사용으로 환경 논란을 피할 수 없다. 개회식을 통해 친환경을 강조한 중국이기에 비판은 더 크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따르면 이번 동계올림픽에 쓰일 인공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물은 4900만 갤런(1억 8549만ℓ)으로 이는 1억명의 사람이 하루 동안 마실 수 있는 규모다. CNN은 “지구 온난화 탓에 전 세계적으로 담수량이 줄어드는 추세를 고려하면 상당한 양”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AP 등도 “중국은 대표적인 물 부족 국가”라고 비판했다.
베이징동계올림픽 관계자들이 인공눈 때문에 만들어진 얾음을 삽으로 깨는 모습. 장자커우 류재민 기자
베이징동계올림픽 관계자들이 인공눈 때문에 만들어진 얾음을 삽으로 깨는 모습. 장자커우 류재민 기자
인공눈은 급속 냉동이 되다 보니 결정체가 형성될 시간이 없어 자연눈과 차이가 크다. 실제로 지난 5일 장자커우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에 가 보니 눈보다는 곳곳에 얼음덩어리가 가득했다. 인공눈을 움켜쥐어도 결정체 구조가 달라 자연눈처럼 잘 뭉쳐지지도 않았다. 인공눈이 잘못 흩날려 도로가 얼어버린 탓에 관계자들이 삽을 들고 나와 얼음을 깨는 모습도 보였다.

크로스컨트리 이채원(41·평창군청)도 인공눈에 대해 “설질이 뻑뻑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번 올림픽의 인공눈 역시 다른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들과 크게 품질이 다르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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