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 “줄기세포치료제 규제 완화 조치 철회해야”
의약품당국이 안전성과 효능을 완전히 입증 못한 개발단계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해 최종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고도 허가해 주는 쪽으로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논란을 낳고 있다.줄기세포치료제는 몸속에 투입된 세포가 몇 년, 혹은 몇십 년 후에 암세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등 안전성을 예측할 수 없기에 다른 나라에서도 그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산업발전을 더 중시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안철수 의원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월말 김앤장법률사무소에 ‘줄기세포치료제 치료기회 확대 방안’을 법률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연구용역을 맡겼다.
희귀·난치질환자를 위한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해서는 임상 2상 시험만 통과하면, 임상 3상 시험을 하지 않더라도 단지 ‘3상 조건부’로 환자에게 시술할 수 있도록 승인해주려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임상 3상은 일반적으로 1~3상의 3단계에 걸친 임상시험 절차에서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최종 품목허가 전에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증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단계의 시험이다. 환자로서는 안전하고 효과 있는 치료제라고 믿을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자료인 셈이다.
하지만 기업 처지에서는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과정이어서 어떻게든 3상 임상을 간소화하고자 애쓴다.
실제로 바이오의약품 제조업체들은 지난 7월 9일 식약처가 마련한 식약처장과 제조업체 CEO와의 간담회에서 ‘줄기세포치료제 조건부 3상 승인제도’를 도입해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식약처는 곧바로 바이오업계 민원을 받아들여 1주일 뒤인 지난 7월 16일 연구사업을 기획하고 7월 24일에는 연구자를 선정하는 등 일사천리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안 의원은 지적했다.
현재도 항암제나 희귀의약품은 3상 임상시험 자료를 시판 후에 제출하도록 조건부 허가를 내주고 있다. 또 생명이 위급하거나 대체치료 수단이 없는 응급환자는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치료목적으로 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안 의원은 “희귀·난치질환자를 위한 이런 여러 제도적 장치가 있는데도 굳이 줄기세포치료제 임상 3상 면제 연구용역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또 식약처가 신약과 신의료기술 개발을 촉진한다는 명분으로 자가 줄기세포치료제뿐 아니라 동종(타인)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해서도 연구자가 연구목적으로 연구실에서 시행한 임상시험으로 상업적 목적의 1상 임상시험을 대체할 수 있도록 허용하려고 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자가 줄기세포치료제는 자기 몸에서 뽑은 세포로 만든 것이고, 동종 줄기세포치료제는 다른 사람의 몸에서 추출한 세포로 제조한 것이다. 사람이 아닌 동물에서 추출한 세포로 만든 것은 이종(동물) 줄기세포치료제라 부른다.
안 의원은 1상 임상단계를 정식으로 밟지 않더라도 곧바로 2상 임상시험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지만, 미국, 유럽, 일본 등 그 어떤 선진국도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해 이른바 ‘연구자 임상’을 상업 1상 임상으로 인정해주는 곳은 없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식약처가 2개 바이오업체의 줄기세포치료제를 사용한 환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총 46건의 이상사례가 발생했고, 이 중 2건은 무력증과 혈변 등 심각한 사례였다”면서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한 규제 완화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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