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아~.” “….”

“말똥아~.” “응?” “내 더위 사가라.”

음력 정월(1월) 대보름날 오전엔 남이 부르더라도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한 사람에게는 이렇게 더위를 판다. 그러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풍속이 있다.

덥다. 덥다. 정말로 덥다. 새해 첫머리부터 더위를 경계시킨 이유가 있었다. 자칫 마음을 놓았다간 말똥이처럼 더위를 쉽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마 뒤의 더위는 끈적이며 무겁고 끈질기게 달려든다. 뜨겁고 습한 기운으로 하루 종일 스며든다. 곳곳에서 ‘무더위’라는 이름으로 진을 치며 도사린다.

‘무더위’는 말 그대로 ‘물’을 앞세운다. ‘무’가 ‘물’이다. ‘더위’와 합쳐지면서 ‘ㄹ’이 탈락했을 뿐이다. ‘물’과 ‘덥다’의 ‘덥’, 명사를 만드는 끝가지 ‘의’가 결합해 ‘무더위’가 됐다. 습도와 온도가 매우 높은 더위. 그래서 찌는 듯하고 견디기 어려운 무더위는 이렇게 생겼다. ‘의’는 ‘덥’의 ‘ㅂ’ 때문에 ‘위’로 바뀌었다. 무슨 말이냐면 ‘ㅂ’은 입술 사이에서 소리가 난다. 입술에 긴장을 가져온다. 마찬가지로 뒤에 오는 소리 ‘으’도 긴장이 필요한 ‘우’로 바뀐 것이다.

습하고 뜨거운 무더위에 눌리고 늘어질 게 아니다. 긴장도 있어야 하는 한여름이다. 잘못하면 더위를 먹어 버리거나 탈 수도 있다. 덥다, 덥다 하면서도 청춘들은 무더위 속이 꽃그늘인 양 뛰어든다. 열기도 장마가 내려놓은 습기도 그들의 뜨거움에 움츠러든다.

이경우 어문팀장 wle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