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요령부득/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요령부득/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4-09-30 00:00
수정 2014-09-30 00:1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무릇 일과 행동엔 시말(始末)이 있다. 시작과 끝 간에는 잘잘못이 무던히 들고난다. 그런데도 잘못을 갈무리하는 건 미숙한 편이다. 세월호 유족과 대리기사 간의 집단폭행 건에 연루됐다는 모 국회의원의 입장이 이런 경우가 아닌가 한다. 단지 “내가 누군지 알아?”란 말로 시작된 사안은 간단히 끝날 것으로 봤지만 아물기는커녕 덩치를 키우고 있다. 의원은 “그런 적 없다”를 견지해 왔고 대리기사는 “발뺌한다”며 성이 단단히 나있다.

일상사에 꼬인 건 ‘더 가진 쪽’이 푸는 게다. 당사자는 국회의원과 대리기사다. ‘갑과 을’의 인식마저 깊다. 이런 점에서 의원이 일을 키운 것 같다. 여론도 의원에게 호의적이지 않게 흐르고 있다. 의원은 며칠 전 문자 메시지로 “사과하러 가겠다”고 운을 뗐다고 한다. 대리기사는 “진정성을 먼저 보이라”며 반응이 차갑다. 의원 자리보다 사태의 심각성이 더 커 보인다. 사태를 뒤에서 처리하려던 의원 측의 판단 미스다. 대리기사도 이게 서운했을 것이다. 매는 벌수록 더 고통스럽고, 지는 것이 더 아름다울 때도 있다. ‘진정성 보따리’를 이고서라도 대리기사를 찾는 게 순리 아닐까.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09-30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가수 유승준의 한국비자발급 허용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가수 유승준이 한국 입국비자 발급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세 번째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다만 이전처럼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이 법원 판단을 따르지 않고 비자 발급을 거부할 경우 한국 입국은 여전히 어려울 수 있다. 유승준의 한국입국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1. 허용해선 안된다
2. 이젠 허용해도 된다
3. 관심없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