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산 식품구매 꺼린다는 일본인 20% 미만

후쿠시마산 식품구매 꺼린다는 일본인 20% 미만

입력 2015-03-09 14:31
수정 2015-03-0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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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가 발생 4주년을 앞둔 가운데 일본인은 후쿠시마산 식품에 관해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을까.

현지 소비자의 시각은 일본 소비자청이 시행한 조사에서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다.

일본 소비자청이 2013년 2월·8월, 2014년 2·8월 4차례에 걸쳐 벌인 조사에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후쿠시마산 식품 구입을 망설인다고 답한 비율은 19.4%, 17.9%, 15.3%, 19.6%로 변동했다.

이 같은 견해가 과반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의외일 수도 있다.

이 조사 결과를 얼마나 신뢰할 것인지의 판단은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그 이유에 관해서는 몇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를 비롯한 지진 피해지역의 음식재료가 ‘근거 없는 소문에 의한 경제적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견해를 공공연하게 표명하고 있다.

여기에는 후쿠시마 등에서 생산되는 식재료의 방사성 물질 함유량 등을 조사해 안전한 것만 유통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막연한 불안감이나 사실과 다른 정보가 만연하다는 주장이 깔렸다.

일본 정부의 설명을 신뢰하는 수용하는 소비자라면 자국의 식품 유통 시스템을 믿고 사고 전과 큰 변화가 없는 식생활을 하겠다는 태도를 밝힌 것을 볼 수 있다.

재해 지역의 부흥이라는 관점도 생각할 수 있다.

국민이 힘을 모아 지진·화산·홍수·폭설 등의 재해를 극복하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후쿠시마산 식품을 기피·혐오의 대상보다는 지역 경제가 재기하는 데 필요한 수확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를 방문해 현지 수산물 등을 먹으며 부흥을 강조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의 식품 대기업 가고메는 후쿠시마산 토마토를 원료로 한 주스를 만들어 팔고 있고, 주류회사 기린은 2013·2014년에 후쿠시마 배를 이용한 주하이(탄산수와 알코올을 혼합한 저도수 주류) ‘효케쓰(氷結) 일본배’를 판매한 데 이어 최근에는 후쿠시마 복숭아로 비슷한 제품을 출시했다.

도쿄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에서는 후쿠시마산 농작물이 가끔 등장하며 후쿠시마와 인접한 미야기(宮城)현의 생굴 등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일본 사회에서 생활하는 이상 일본산 식품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체념적으로 이런 태도를 지닌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참고로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 여성이 주축이 된 한 인터넷 카페에는 ‘일본에 와서 지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방사능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었다’, ‘생수는 한국산을 사먹지만 외식할 때는 특별히 원산지에 신경 쓰지 않고 먹는다’, ‘후쿠시마산 식품을 피하지만 그 외에는 그냥 구입한다’는 취지의 견해를 접할 수 있다.

8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도쿄의 한 요정에서는 후쿠시마산 쇠고기를 맛보는 행사가 열렸고 공개모집으로 ‘선발된’ 43명이 스테이크와 삶은 고기 등을 먹었다.

도쿄신문은 이날 대지진 피해지역에 여행을 가보자는 특집 기사를 실으면서 후쿠시마의 명물 먹거리로 미나미소마(南相馬)시 튀김의 일종인 시미텐(凍天)과 나미에마치(浪江町)의 야키소바(볶음국수의 일종)를 소개했다.

결국 일본 사회에도 방사성 물질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극단적인 공포가 만연한 상태와는 다소 거리가 있으며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유통된 것이라면 굳이 피할 이유가 없다’는 태도를 지닌 소비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당국이 공표하는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방사성 물질 함유량은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일본 수산청에 따르면 후쿠시마산 해산물에 기준치(1㎏당 100㏃<베크렐>)를 넘는 세슘이 포함된 비율은 2011년 2분기 조사 때는 57.7%였으며 작년 4분기 조사 때는 0.4%, 올해 1월 조사 때는 0.3%까지 낮아졌다.

일본생활협동조합연합회가 일본 18개 광역자치단체 소재 일반 가정의 식사용 음식물을 분석한 조사에서는 1㎏당 1㏃ 이상의 세슘이 검출된 비율이 2011년 4.4%, 2012년 1.8%, 2013년 1.6%였으며 작년 7월부터 최근까지 시행한 조사에서는 세슘이 검출된 표본이 없었다.

이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의 소비자의 몫이지만 공공연하게 이를 부정하거나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

후쿠시마현의 어민은 현재 털게, 전복, 학꽁치, 방어 등 58가지 수산물의 시험 조업을 하고 있으며 잡아 올린 수산물의 표본 검사를 실시해 검사 결과 1㎏당 세슘이 50㏃이하인 것을 유통한다.

한국 정부는 2013년 9월 9일부터 후쿠시마를 포함해 일본 8개 현의 수산물을 전면 수입 금지한 상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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