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리뷰] ‘해님지고 달님안고’

[연극리뷰] ‘해님지고 달님안고’

입력 2011-02-28 00:00
수정 2011-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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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상에 대한 집착 박성연 신들린 연기 찬사

꿈인지 현실인지 경계가 애매하다. 경계에서 빚어지는 혼란스러운 장면들은 다소 난해하다. ‘쉬운 것도 어렵게 풀어낸다.’는 작가 동이향의 작품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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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역의 박성연(왼쪽)과 아버지 역의 오달수.
딸 역의 박성연(왼쪽)과 아버지 역의 오달수.
27일 막을 내린 연극 ‘해님지고 달님안고’는 ‘소설가 구보씨의 1일’ 등을 통해 솜씨를 인정받은 성기웅 연출의 작품이다. 2007년 국립극장 창작극 공모에서 뽑힌 동이향 작가의 극본을 무대로 옮겼다.

도깨비 늪 주변에 황 노인과 딸 아이가 살고 있다. 에미는 일찌감치 도망갔다. 황 노인은 아이마저 떠날까 노심초사한다. 어린 아이는 늘 보고 싶어한다. 가보지 않은 곳, 그리고 보이지 않는 저 재 너머 세상의 모습을 말이다. 보이지 않은 먼 곳을 그리워하는 딸 아이에게 아버지는 집요하게 집착한다. 아이가 자신만 바라보길 원하는데 집 나간 마누라처럼 자꾸만 딴 곳을 보니 애가 탈 수밖에 없다. 집착은 아이를 줄에 묶어 감시하는 기행으로 이어진다. 재 너머 세상이 궁금한 아이는 틈만 나면 아버지의 눈을 피해 도깨비 늪으로 간다. 물론 번번이 잡혀오지만. 아이를 놓지 않으려는 황 노인과 세상으로 나가려는 아이 사이에 끈끈한 애증이 거미줄을 치고 있다. 어느 월식날, 아이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 눈을 내놓으라고 소리치다 아버지의 목을 조른다. 아이는 재 너머 도깨비 늪으로 향한다. 도깨비들을 만나고, 소박맞은 과부에게 넘겨지면서 세상을 알아 간다. 아이는 도깨비 방망이로 아이를 숱하게 만들어내는 과부와 지내며 아버지의 마음과 죽음에 대해 조금씩 알아 간다.

대사가 압권이다. 시 그 자체다. 흥얼흥얼 노래하듯 내뱉는 황 노인 역의 오달수, 30대임에도 불구하고 아이 역에 철저히 빙의된 박성연, 그리고 도깨비와 과부의 대사에 귀 기울이면 말이 아니라 그들의 심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영화 쪽에서도 이미 이름을 떨친 연기파 배우 오달수를 보러 왔던 관객은 박성연의 신들린 듯한 연기에 적잖이 놀란다. 아이처럼 칭얼대고, 순수한 눈빛을 지닌 채 엉엉 울어댈 때는 그야말로 산골 소녀 자체다. 극의 80% 이상을 그녀가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 노인의 목을 조르며 “귀찮도록 무서운 아부지. 아부지는 어려지고 나는 늙어지고. 아부지는 나하고 나는 아부지 되고. 우리 그렇게 섞이자. 내가 죽어 다 갚을게.”라고 중얼거리며 반쯤 정신 나간 연기를 보여주는 그녀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2011-02-2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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