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버지’ “내게 진정한 용기·인내 보여준 소녀”

6·25전쟁 직후 화상을 입고 생사를 넘나들던 12살 소녀가 생명의 은인이었던 미군 병사와 60년 만에 상봉했다.

당시 22살의 앳된 병사였던 리처드 캐드월러더(82)는 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화상 소녀’ 김연순(72)씨와 감격에 겨운 포옹을 나눴다. 김씨는 이날 캐드월러더를 감싸 안으며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며 60년 만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캐드월러더는 “지금까지 살면서 김씨를 잊은 적이 없었고 자식들에게도 김씨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화상 소녀는 내게 진정한 용기와 인내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53~195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 화성시의 미 공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통신병이었던 캐드월러더는 심한 화상으로 어머니와 함께 부대에 도움을 요청했던 한 소녀의 치료를 돕고 부산의 병원으로 가는 헬기 탑승도 주선했다.

캐드월러더가 그 소녀를 마지막으로 본 건 1954년 봄. 그는 “본국으로 돌아가는 군용 트럭에서 누군가 차창을 두드렸는데 거기에 소녀가 있었다”며 “소녀는 (자신을 알리기 위해) 치료 자국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캐드월러더는 손 키스로 소녀와의 이별 인사를 대신했다. 캐드월러더는 화상 당시 극심한 고통에도 결코 울지 않았던 한국 소녀를 찾기 위해 최근 국가보훈처에 사연을 담은 영상 편지를 보냈다. 두 사람은 보훈처의 주선으로 60년 만에 만났다.

김씨는 캐드월러더와 함께 방한한 부인에게 한복을 선물하고 오는 4일까지 한국 탐방에 동행할 예정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