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우 전 국무총리 별세] “남덕우는 경제대통령”… 박정희가 인정한 70년대 성장 주연

[남덕우 전 국무총리 별세] “남덕우는 경제대통령”… 박정희가 인정한 70년대 성장 주연

입력 2013-05-20 00:00
수정 2013-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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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본주의 이후에는 기술자본주의 시대가 올 것이다. 앞으로는 사람의 값어치가 커질 것인 만큼 서비스 산업을 일으켜야 한다.”(2009년 2월 13일자 서울신문 인터뷰)

아버지, 또 그 딸과 함께
아버지, 또 그 딸과 함께 1976년 청와대에서 박정희(왼쪽) 전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남덕우 전 총리.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아버지, 또 그 딸과 함께
아버지, 또 그 딸과 함께 지난해 2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열린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개관식에서 박근혜(왼쪽)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나란히 앉은 남 전 총리.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지난 18일 89세로 영면한 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한강 기적의 주역’, ‘서강학파의 태두’로 불렸다. 하지만 그는 “(나는) 경제 전문가로서의 주견(主見)을 실현할 수 있는 수완이 모자라 주위 환경과 타협하는 정부 관료”(2009년 회고록 ‘경제 개발의 길목에서’ 중)라면서 자신을 등용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공을 돌렸다. 그러나 경제계는 그를 박 전 대통령을 만든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평가한다. 한국이 세계 최빈국에서 50여년 만에 세계 일곱 번째로 ‘2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명)에 이름을 올리는 등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게 한 일등 공신이라는 것이다.

남 전 총리는 1969년 재무부 장관에 발탁됐다. 박 전 대통령은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평가단 회의에서 당시 서강대 교수이던 남 전 총리의 소신 있는 발언을 눈여겨보고 실무 경험이 전혀 없던 그를 재무부 장관에 파격적으로 발탁했다. 남 전 총리는 생전 박 전 대통령이 임명장을 준 뒤 “남 교수, 그동안 정부가 하는 일에 비판을 많이 하던데 이제 맛 좀 봐”라는 말을 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이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거쳐 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 시절 국무총리에까지 올랐다. 3~5공화국 시절 한국 경제의 산업화가 그의 손에서 일궈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1972년 기업 사채 상환을 동결한 ‘8·3 긴급조치’, 1977년 수출 100억 달러 및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 돌파, 부가가치세 도입 등 한국 경제에 획을 그은 큰 사건들은 그가 주도했다.

증권시장 개혁, 중화학공업 육성 등도 남 전 총리의 주도로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경제대통령은 남덕우”라고 말할 정도로 그를 신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남 전 총리가 대통령 경제특보로 있던 1979년 어느 날 박 전 대통령이 “내가 봐도 유신헌법의 대통령 선출방법은 엉터리야. 헌법을 개정하고 나는 물러날 거야”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그의 입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남 전 총리는 만년에도 왕성한 활동을 벌여 ‘영원한 현역’으로 불렸다. 한국선진화포럼 이사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원로자문단 좌장, 국민원로회의 위원 등을 지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후진국 수준이었던 대한민국 경제의 질적 도약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남 전 총리의 공적은 후세에도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남 전 총리의 업적에는 경제성장이라는 ‘빛’과 더불어 빈부격차 심화 등 ‘그림자’도 존재하고 있다”면서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는 단순한 노동 투입이 아닌 동반성장을 꾀하는 ‘제2의 남덕우’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3-05-2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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