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직원들은 16일 김중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가 새 총재로 내정됐다는 소식에 일단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 정권 실세여서 정부에 대한 견제력 확보가 가능한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이 총재로 올 것을 내심 바랬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에 대한 공개적인 평가는 자제했지만 독립성 위축을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한은 관계자 “기획재정부와 사실상 갑을 관계에 있는 기관장(KDI.조세연구원장)을 했기 때문에 한은 수장으로서 정부와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차기 한은 총재의 덕목으로 한은 독립성과 자율성을 우선으로 꼽았던 한은 노조 역시 정부의 입김이 세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노조는 내부적으로 논의해 본 뒤 대응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마찰 가능성도 엿보인다.

　한은 노조 관계자는 “청와대와 정부 양쪽에서 한은의 통화정책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며 “압박 속에서 한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잘 지킬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김 내정자가 공식 취임하면 한은 내부의 의견을 수렴해 독립성 유지에 힘쓸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KDI 연구원장 시절 여러 차례 소신 있는 발언을 통해 정부를 당혹스럽게 만든 것처럼 한은 총재 취임 후 총재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은의 다른 관계자는 “한은에 오면 한은 입장을 이해하지 않겠느냐”며 “밖에서 본 시각과 한은에 와서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