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금고 현금 넘쳐난다

대기업 금고 현금 넘쳐난다

입력 2010-04-19 00:00
수정 2010-04-19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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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기업 이익유보율 3000% 육박

지난해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의 이익 유보율이 평균 300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내 12월 결산법인 553곳의 지난해 말 유보율은 1158%로 전년(1061%)보다 97%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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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음식료품↑… 건설업↓

유보율은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수치다. 유보율이 높다는 것은 기업들이 발생한 이익을 주주들에게 나눠주거나 투자하지 않고 현금으로 갖고 있는 것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유보율이 높은 기업은 불황을 잘 견디고 무상증자, 자사주 매입을 위한 실탄(자금)도 풍부하다. 반면 생산 부문에 돈이 흘러가지 않아 장기적으로는 성장 잠재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대부분의 업종에서 유보율은 상승세를 보였다. 서비스업(152%포인트 증가), 음식료품(130%포인트), 의료정밀(93%포인트), 화학(84%포인트)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운수창고(-54%포인트), 건설업(-29%포인트), 기계(-20%포인트) 등은 업황이 악화되면서 잉여금이 줄어 유보율이 전년보다 떨어졌다. 업체별로는 시가총액 30대 상장사의 지난해 평균 유보율이 전년의 2593%보다 294%포인트 오른 2887%를 기록, 3000%에 육박했다. 이들 기업이 자본금보다 28배나 많은 잉여금을 사내에 쌓아두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별 유보율은 SK텔레콤이 2만 9103%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삼성전자(7901%), 포스코(6705%), 롯데쇼핑(6429%), NHN(6242%)이 뒤를 이었다.

기업들의 유보율이 증가한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침체됐던 경기가 다소 풀리면서 잉여금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향후 경기가 나빠질 것에 대비해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 더 큰 원인으로 꼽힌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유보율의 증가는 체내 지방이 늘어나 비만이 되는 과정과 비슷하다.”면서 “불필요한 지방을 태워 에너지를 생산하듯이 기업도 자금을 풀어 투자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산업이 성숙되다 보니 마땅한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졌지만 아이폰과 아이튠스(온라인 음원시장)를 개발한 애플사처럼 기업 철학을 바꿔 중소 기업과 상생하는 투자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 저하 우려

유보율이 증가했다고 해서 반드시 투자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임경묵 KDI 연구위원은 “유보율에는 기업이 보유한 현금뿐만 아니라 실물도 포함된다.”면서 “투자를 많이 해도 기업이 낸 이익이 많으면 재무제표에는 유보율이 증가한 것으로 기록된다.”고 설명했다. 즉, 기업이 엄청난 적자를 내지 않는 이상 유보율은 계속 증가한다는 것이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10-04-1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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