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의 입, 그리고 檢수사… 2막이 진짜 전쟁

신상훈의 입, 그리고 檢수사… 2막이 진짜 전쟁

입력 2010-09-11 00:00
수정 2010-09-1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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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사태 1막 이후 시나리오

신한금융지주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기습적으로 이뤄진 내부의 권력투쟁이 일주일을 넘기면서 우여곡절 끝에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대주주인 재일동포를 상대로 한 라응찬 신한 지주회장과 신상훈 사장, 이백순 은행장의 나고야 청문회에서는 라 회장과 이 행장에게 유리한 쪽으로 결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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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이번 사태는 라 회장이 4선임에 나서면서 예견됐던 일이다. 라 회장이 연임을 한다는 얘기는 신 사장이 후계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때부터 뭔가 일이 터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잠잠하던 신한 사태는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라 회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한테 건넨 50억원의 자금 출처가 다시 불거지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여기에다 신한지주와 여러 곳의 이해관계가 얽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파장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사태는 라 회장의 대리인 격인 이 행장이 신 사장을 검찰에 고소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얼핏 보기에는 ‘이만한 사건을 검찰에 고소하는 게 이상하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신 사장도 ‘자신은 이 사건에 대해 떳떳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라 회장이 28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신 사장을 사지로 몰아넣었을까.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신 사장을 제거하면 될 텐데 말이다. 반대로 해석하면 금융실명제법 위반 의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라 회장으로서는 신 사장을 몰아내는 것이 급선무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라 회장과 신 사장 사이에 일이 터질 것이란 얘기가 나돈 가운데 신 사장이 먼저 선수를 쳤다. 신 사장은 이 행장보다 먼저 일본으로 건너가 재일동포를 상대로 설득작업에 나섰다. 라 회장의 고소가 자신을 죽이려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란 얘기를 흘렸을 수 있다.

재일동포 주주들의 반발이 컸다. 신 사장의 부정대출보다는 15억원 횡령 사건에 초점이 더 모아졌다. 15억원을 신 사장이 횡령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으로 보내진 사실이 드러난 이상 법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적어도 신한은행에서 일본으로 직접 돈을 보냈다면 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 특히 직접 송금을 하지 않은 데 따른 궁금증이 사태의 본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일동포 주주 입장에서 보면 라 회장이 신 사장 외에 재일동포를 은근히 협박한 셈이고, 신 사장은 재일동포들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으면 다칠 수도 있다는 점을 먼저 선전포고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급해진 재일동포 주주들이 발끈했고, 결국 일본으로 건너가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3인방의 일본행은 냉정히 결산해 보면 라 회장과 이 행장이 재일동포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일동포들은 라 회장과 신 사장의 거취보다는 자신들의 이해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2막

문제는 2막이다. 변수는 신 사장의 입, 고소인의 진술, 검찰의 수사 확대, 금융당국의 판단 등 4가지다. 신 사장은 신한지주를 이끌어 온 핵심인물이다. 신 사장이 내침을 당할 경우 신한지주의 미래를 위해 입을 다물 것인가가 관심이다. 칼을 쥔 라 회장이 신 사장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간 상황을 감안하면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칼을 뺀 이상 신 사장을 제거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신 사장이 라 회장에게 서운하더라도 조직을 위해 입을 다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신 사장이 입을 열 경우에는 신한지주는 그야말로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고소인의 진술도 변수 중의 하나다. 법률 대리인이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상황에 따라 고소장에 없는 새로운 진술을 할 수도 있다. 이미 고소장에 명시된 내용 외에 폭발성 있는 몇 가지가 더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조흥은행과 LG카드를 인수한 ‘신한은행의 힘’에 정치적인 힘이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이 신 사장에 대해 제기한 15억원의 횡령 대목에 대해서는 주도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사안에 따라서는 정치권으로 비화할 수 있는 게이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고소·고발이란 차원에서 조용히 사건을 훑고 있다.

마지막으로 라 회장에 대한 금융실명제법 위반 의혹이다. 지금까지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차명거래를 했다는 부분이 드러나면 라 회장의 거취와 직결된다.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적어도 내년 3월 주총에서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1막에 이은 2막은 그야말로 생사를 가르는 전쟁이다. 라 회장과 신 사장간의 신사협정이 이뤄지지 않고 1막은 라 회장이 주도권을 쥔 양상으로 마무리됐다. 1막에서 두 사람이 같이 살려고 했으면 이 행장을 제거했어야 했다. 하지만 라 회장은 이 행장과 동행했다.

2막의 변수는 많다. 누가 어떤 사안을 더 터뜨리느냐에 달려 있다. 많이 까발릴수록 자신한테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조직은 그만큼 망가지게 된다. 조만간 있을 이사회의 결정과 검찰의 수사, 금융당국의 판단 등에 따라 신한은 폭풍을 맞을 수 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10-09-1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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