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증시에서는 관련 기업들에 대한 주가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금호그룹은 대한통운 매각으로 자금 사정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CJ그룹은 ‘승자의 저주’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해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금호그룹으로서는 경영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기대이상의 인수가격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과거 금호그룹은 대한통운을 주당 17만1천원에 사들였다. 시장에서 이번 매각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1조5천억~1조6천억원 안팎으로 예측됐다.
CJ그룹은 POSCO-삼성SDS 컨소시엄과 경쟁하면서 예상보다 높은 가격인 2조2천억원 이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통운의 지분 18.98%를 매각해 9천300억원의 현금유입을 꾀할 수 있게 됐다.
하이투자증권 김지은 연구원은 “기존의 시장예상 가격으로는 대한통운 자회사들을 3천615억원에 되사오고, 남아있는 교환사채(EB) 상환 및 풋백옵션 대금 납입에 사용하면 크게 남는 금액이 없었기 때문에 재무구조 개선 기대감도 반감된 상태였다”며 “그러나 CJ가 예상을 깬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함으로써 아시아나항공은 약 2천억원의 부채를 추가로 상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오전 10시 현재 전날보다 0.98% 오른 1만3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에 이은 2일째 상승이다. 금호 계열인 금호타이어와 금호석유는 각각 1.22%와 3.60% 상승했다.
금호그룹 계열사로 있던 대우건설은 2.46% 오르고 있다. 대우건설은 대한통운 지분 18.62%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이훈 연구원은 “금호그룹으로서는 대한통운 인수시 걸렸던 풋백옵션에 따른 자금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이를 얼마나 해소하느냐에 따라 수혜의 폭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통운 매각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한시름 놓았다면 ‘승자의 저주’는 CJ그룹으로 돌아가는 양상이다.
CJ컨소시엄이 제시한 인수 가격이 예상보다 높아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는 CJ그룹 기업의 부진한 주가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CJ컨소시엄에 참여한 CJ제일제당은 오전 10시 현재 2만1천500원(8.60%) 내린 22만8천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화증권 박종록 연구원은 “이번 매각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파격적”이라며 “CJ제일제당은 대한통운 인수 부담 때문에 해외 식품기업 인수합병(M&A) 등에 투자한다는 성장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도 CJ제일제당은 CJ GLS를 물류 계열사로 두고 있어 대한통운 인수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인수 대상인 대한통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POSCOㆍ삼성SDS 컨소시엄이 대한통운을 인수할 경우 POSCO와 그 계열사들의 막대한 물류 수요를 대한통운이 전담할 것이라는 기대가 증발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망감에 대한통운 주가는 8천원(7.21%) 내린 10만3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인수전에서 탈락한 POSCO는 대한통운 인수로 물류 시너지 효과를 내려던 시도가 무산됐음에도 주가는 1.09% 상승하고 있다.
한화증권 김강오 연구원은 “POSCO는 대한통운 인수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본업에 충실할 수 있게 됐으며 일본 내수산업 생산성 회복에 따른 동아시아 지역 철강재 가격 상승 효과도 기대된다”며 지금이 POSCO 주식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