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이 따로 없네”…롯데그룹 팀장 ‘열공’

”수험생이 따로 없네”…롯데그룹 팀장 ‘열공’

입력 2011-11-20 00:00
수정 2011-11-2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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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쪽지시험, 상대평가로 20% 불합격

롯데그룹이 연공서열형 직급체계를 폐지하고서 자격시험을 도입해 팀장급 직원 간에 학습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20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 계열사의 팀장급 사원 약 300명은 매주 토요일 경기 용인과 서울 마포에 마련된 교육장에서 8시간씩 10주 일정의 수업을 받고 있다.

교육은 ‘팀장의 기본’, ‘인재육성’, ‘네트워킹’, ‘팀 성과관리’ 등 크게 4개 주제 12개 과목으로 실시된다.

매주 수업 시작 때 쪽지 시험을 치르고 있으며 교육이 모두 끝나면 서술형으로 답해야 하는 종합평가가 있다.

이는 수석과 책임, 대리 등 3단계로 인사 체계를 간소화하고 시험을 통과해 수석이 된 이들 가운데 팀장을 선발하도록 올해 4월 인사제도를 변경한 데 따른 것이다.

제도 변경 전에 이미 팀장을 맡고 있던 직원이 1천500여 명인데 이들도 사후적으로 ‘팀장 자격시험’을 치르도록 했기 때문이다.

상대평가로 20%가 불합격 판정을 받도록 했기 때문에 같은 반에 속한 30명 가운데 외국 파견 등으로 중도에 그만둔 인원을 빼면 통상 5명 안팎이 미이수자로 분류된다.

이들에게는 다음해에 재교육 기회가 있지만, 또 불합격하면 팀장 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고 새로 팀장에 임명되길 원하는 이에게는 합격이 필수 조건이라서 참가자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소모임을 만들어서 학습 정보를 공유하는 이들도 이른바 ‘족보’를 확보해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사례도 있다.

한 반에 30명씩 교육이 시작되지만 매주 한 개 반이 추가 개설되므로 가장 먼저 시작한 반이 종합평가를 받을 때쯤이면 토요일에 교육을 받는 팀장이 약 300명에 달하고 협력업체에서 ‘롯데 팀장은 토요일에 수업 중이라 전화를 못 받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롯데가 팀장을 상대로 강도가 높은 교육ㆍ시험 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조직의 상부와 하부를 연결하는 게 팀장이고 이들이 조직 활성화의 축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는 평소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롯데는 인재 육성이 늦은 편이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강조해 온 신동빈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그는 2007년에 사장단 회의를 하면서 “경영환경이 변하면 경영전략도 달라져야 하고 새로운 경영전략을 수행하는 인재의 요건과 육성방법도 바뀌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당시 “우리에게 필요한 인재는 혁신의지와 실천력을 겸비한 ‘창조적 인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 산업의 고도화에 부응하는 ‘전문적 인재’, 회사의 목표와 가치관을 공유하는 ‘로열티(충심)를 가진 인재’”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롯데는 내년까지 기존 팀장에 신규 팀장 후보자를 포함해 1천600여명을 모두 교육ㆍ평가할 계획이다.

그룹은 새 제도에 적응하느라 시행착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인 측면이 훨씬 크다고 보고 있다.

롯데 인재개발원 김윤호 이사는 “교육과 평가를 통해 팀장의 역할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게 보직을 받으면 그만이라는 안이한 자세에서 벗어나 그에 맞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의식을 심어주는 효과가 있다”며 “업무와 병행하는 게 쉽지 않은 것은 알지만, 이 역시 이겨내야 할 과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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