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이 선배 상사로 발령…국장 1명은 사임
“입행 순서는 그렇다 치더라도 직급까지 낮은 후배 밑에서 일하라니…”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1급ㆍ국실장’ 인사를 단행한 직후 한은 곳곳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발표된 인사에서 조사국장ㆍ거시건전성분석국장ㆍ국제국장 등 3자리가 모두 2급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1급들이 맡아왔던 전례에 비춰보면 발탁성 인사다.
문제는 3개 국장 아래에서 일하게 될 부국장ㆍ부장들이 신임 국장보다 입행이 이르고 직급도 높은 1급 선배라는 점이다.
조사국 부국장, 거시건전성분석국 부국장, 외환업무부장 등이 당사자들이다.
‘후배를 상사로 모시게 된’ 이들은 “총재께서 예고한 인사”라며 입을 다물고 있으나 한은 주변에서는 “파격이다”, “너무한 것 아니냐”는 등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한은측은 “박사학위를 소지하고 다년간 정책부서 근무경험이 있는 유능한 2급 인사를 국제적 인물로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파격인사는 김 총재가 취임 직후부터 이미 여러 차례 예고했다.
최근 인사에서는 1급이 맡아왔던 금융결제국장에 2급이 임명됐다. 당시에는 국장 밑 부국장이나 부장에 1급 선배가 배치되지 않았다.
한은 내 ‘전통의 강호’로 불리던 주요 보직 국장들이 이번 인사에서 줄줄이 연구직으로 물러난 것도 한은 직원들에게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는 사례다.
한은 경제연구원 산하에 연구위원이 신설된 것을 계기로 기존 조사국장, 금융시장국장 등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연구직으로 빠졌다. 한은의 3대 국장 가운데 한 자리인 정책기획국장은 김 총재의 파격인사를 미리 감지한 듯 스스로 퇴사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인사야 인사권자의 재량인 만큼 뭐라 평할 사안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충격의 정도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어서 당분간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