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위주로 가격인하… 밥상물가 여전히 ‘미풍’

과일 위주로 가격인하… 밥상물가 여전히 ‘미풍’

입력 2012-04-16 00:00
수정 2012-04-16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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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발효 한달째

“할인 행사 좀 자주 하시죠.”

한 대형마트 직원은 최근 정부 관계자로부터 이 같은 전화를 종종 받는다고 귀띔했다.

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한 달째. 이 정부 관계자의 태도에서 한·미 FTA가 수입물가 인하에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휴일을 맞아 서울의 한 대형마트 수입 과일 코너에서 주부들이 조금 싸진 수입 과일을 고르고 있었다. 10% 이상 싸진 오렌지·자몽 등은 FTA 특수를 누리는 대표적인 과일. 오렌지의 경우 FTA 이전보다 20% 내려간 4280원(4~5입)에 판매되고 있다. 레몬은 2480원(3입)으로 이전(2980원)보다 16.8% 싸졌으며, 자몽도 6% 포인트의 관세 인하분이 적용돼 6980원(4입)에 팔리고 있다.

●의류·가전·화장품 등 영향 ‘미미’

한국무역협회가 도·소매가를 조사한 결과 와인·맥주 13%(이하 소매가 기준), 과일·견과류 9.6%, 육류·어류 7.7%, 주스·음료 7%, 화장품·향수 4.5% 인하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주부 박명은(52)씨는 “(FTA로) 달라진 게 뭐 있나요?”라고 반문했다. 소비자들의 체감도가 낮은 이유는 FTA로 인하된 품목들이 ‘밥상 물가’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FTA의 주요 수혜 품목 중 하나인 미국산 어류는 아직 물량이 충분치 않은 탓인지 판매장에서 보이지 않았다. 박씨는 “매일 먹는 것도 아닌 품목들만 싸져 봤자 장보기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의류, 가전, 화장품 등은 지출이 큰 품목들이지만, 역시 FTA 영향은 미미하다. 의류 등 패션 상품은 원산지 규정에 걸려 FTA 적용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직수입 가전은 8% 관세 철폐 예정으로 가격 인하가 예상된다.

●굼뜬 업체 “재고소진 탓 즉각반영 못해”

FTA 발효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꿈쩍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약 50%의 관세가 없어진 미국산 주스를 비롯해 맥주·와인 등 일부 품목은 가격을 내리지 않아 지탄을 받았다. 농심도 자사가 수입하는 미국산 주스 ‘웰치’의 가격을 뒤늦게 8일부터 8% 내렸다.

업체들은 “관세 적용을 받아 수입한 물품의 재고를 소진하느라 관세 인하분을 즉각 제품가에 반영하지 못한 것” 또는 “가격 인상폭을 관세 인하폭으로 상쇄한 것”이라고 해명한다. FTA와 상관없이 가격 인하에 부정적인 품목도 있다. 화장품의 경우 품목에 따라 3~10년 유예기간 이후 10%의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미국 화장품 업계가 현재 가격 인하에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유예기간이 끝나도 가격이 내려갈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만 재미… 와인매출 37% 상승

다만 소비자 체감물가와 달리 대형마트는 짭짤한 재미를 봤다. 3월 15~4월 12일 이마트에서 수입 과일의 매출은 24.3%, 와인은 36.6% 신장됐다. 롯데마트에서는 아몬드 매출이 160% 뛰었고, 미국산 쇠고기 매출은 37.5% 늘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2012-04-1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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