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 조세 피난처 과세는 당연” “중산층 이하 은퇴 준비에 불이익”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즉시연금 과세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거액 자산가들의 조세 피난처에 대한 과세라는 입장과 중산층 이하의 은퇴 준비에 불이익을 준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현재 보험상품은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이면 그 수익에 대해 비과세된다. 이 점에서 즉시연금을 이용, 수억원을 예치한 뒤 매달 돈을 받아도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 문제점이 지적됐었다. 노후 대책이 아니라 부유층의 전유물이 됐다는 점이 정부가 과세를 결정한 주요 원인이다.
정부는 이자와 원금을 매달 나눠 받는 종신형은 연금소득세(5.5%)를, 이자만 받고 원금은 후손에게 물려주는 상속형은 이자소득세(15.4%)를 내도록 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현재 5억원의 종신형(10년 보증)에 가입하면 매달 233만원가량(공시이율 4.6% 적용)을 받는다. 내년부터는 여기서 이자소득세 13만원을 떼고 220만원만 받게 된다.
김형돈 재정부 조세정책관은 “고액 연금자들에 대한 비과세 혜택은 즉시연금에 가입하지 못하는 대다수 서민들이 차별을 받는 상황을 의미한다.”며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다른 금융상품과의 형평성을 고려했을 때 고액에 대해 비과세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전문가들도 과세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국세감면율이 13%대인 상황에서 자산 소득자들에게까지 혜택을 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보업계는 과세 취지와 달리 가입자 대다수는 노후 준비가 절실한 은퇴자와 중산층 이하라고 주장한다.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한화·교보 등 국내 대형 생보 3사의 즉시연금 2만 2708건 중 예치금 1억원 이하가 전체의 55.6%다. 3억원 이하는 83.3%며 5억~10억원은 5.6%, 10억원 초과는 1.0%에 불과했다.
또 퇴직자 평균 연령은 53세 정도지만 내년부터 국민연금은 61세가 돼야 받는다. 즉시연금이 은퇴자의 부족한 소득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보험설계사 수십만명의 실직도 우려된다.
정부 역시 저소득층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연 200만원 이하 중도인출과 장기요양 등에 대해 예외를 두기로 했다.
업계는 이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는 입장이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연 200만원 이하 중도인출 비과세는 현실성이 부족하다.”며 연간 1800만원(월 150만원) 이하 중도인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즉시연금을 통해 과세를 회피하려는 고소득층에게는 엄격하게 세금을 부과해야 하지만 저소득층은 면세 혜택을 부여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현 상명대 금융보험학부 교수도 “서민들은 저금리 상황에서 세금까지 물게 되면 즉시연금으로 별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인 만큼, 이들의 노후대비용 자금은 막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2012-11-1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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