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리금융 회장 “인사청탁 하면 공개해서 망신준다”

<인터뷰> 우리금융 회장 “인사청탁 하면 공개해서 망신준다”

입력 2013-06-20 00:00
수정 2013-06-2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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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2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예전에 너무 혼선이 생겨서 민영화가 성공을 거두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조직이 평온할 때 회장을 했다면 편하게 지내다 가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보람일 수도 있고 행복할 수도 있는 자리에 올라 두렵기도 하다”는 취임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우리금융의 바람직한 민영화 방안은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가 정할 우리금융 민영화 방식에 내가 자꾸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거에도 이래서 (우리금융 민영화가) 안 된 거다. 공자위가 뭘 좀 하려고 하면 우리금융 쪽에서 자꾸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런저런 목소리를 냈다. 예전에 너무 혼선이 생겨서 민영화가 성공을 거두지 못한 측면이 있다. 다만 (이팔성 전 회장에 대한) 얘기는 잘 안 하려고 한다. 뭐라고 하면 전임자 험담을 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계열사 분리매각에 대한 견해는

▲떼서 팔 때와 묶어서 팔 때 어떤 방식이 더 가치를 높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누구나 자기 생각이 있겠지만, 공자위가 아직 공식 발표도 안 한 상황에서 언급하는 건 민영화 프로세스에 혼선만 주고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어디로 가느냐는 (정부가) 자본시장 육성 차원에서 큰 그림을 그릴 것이다. 광주·경남은행 분리매각은 찬성한다. 우리은행 호남·경남영업본부와 영업에서 아무런 차이도 없고 그룹 내 시너지 효과도 거의 없다.

내가 할 일은 계열사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우리금융은 계열사 수만 많지, 보험이든 카드든 부모가 열심히 벌어서 떠먹여 줘야 간신히 숨을 쉬는 정도다. 제대로 체계적인 영업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민영화는 예전에 너무 그래서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혼선을 주는 얘기는 안 하는 게 낫다.

--경남은행·우리카드 등 계열사 대표 인사 방향은

▲곧 결정하겠다. 인사 원칙은 3가지다. 전문성, 열정, 민영화 적합성이다. 리더만 잘 뽑아놓고 맡겨놓으면 된다.

--취임사에서 인사청탁을 근절하겠다고 했는데

▲정말로 (인사청탁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계속 한다면 임직원 다 있는 데서 망신을 주거나 부행장을 본부장으로 발령내는 등 강등 조치하겠다. 다행히 아직 그런 사례는 없다. 우리은행장 시절에도 서랍을 열면 정치인이나 감독기관 등을 타고 날아온 인사청탁 서류가 수북했지만, 이를 반영한 적은 없다. 인사추천은 얼마든지 받아들이겠지만, 청탁은 용납하지 않겠다. 청탁을 거절함으로써 돌아올 수 있는 보복은 감수하겠다. 어차피 임기가 1년 반밖에 되지 않아 큰 걱정도 없다.

--회장 취임 소감은

▲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일한다. 조직이 평온할 때 회장을 했다면 편하게 지내다 가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보람일 수도 있고 고되지만 행복할 수도 있는 자리에 올라 두렵기도 하다. 그만둔 임원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금융권에 ‘관치금융’ 논란이 거센데

▲왜 관치라는 얘기가 나오는지 잘 모르겠으나, 금융인은 영업에만 몰두해야지 그런 데 신경 쓰면 아무것도 못한다. 금융인은 영업에만 몰두해야 한다. 계열사 임원들에게 “괜히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런저런 사정 따지려면 차라리 정치인을 하는 게 낫다. 굳이 따지면 나도 관치인지 아닌지 모호한 측면이 있지 않겠나.

--우리금융 계열사의 가치를 높일 복안은.

▲우리은행은 기업대출 비중이 큰데, 최근 수익성 악화는 STX와 쌍용건설 때문이다. 방법이 없었다. 앞으로는 신규 부실을 만들지 않도록 하겠다. 과거 ‘몰방영업’을 하던 탓에 대형 부실이 생겼다. 전 직원이 달려들어 신용카드 팔고 보험상품 팔아도 기업 부실 한 건이 터져 한 방에 이익을 날려버리곤 했다.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대출의 30% 이상 차지하지 말아야 한다.

업무 효율화도 강력히 추진하겠다. 한 계열사가 골프대회 후원한다기에 “지금 제정신이냐”고 혼쭐을 냈다. 마른 수건을 짜야 하는 상황이다. 업무보고는 ‘한 장 짜리’로 받는다. 스테이플러와 컬러복사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스테이플러 한 개라도 아끼자는 메시지다. 전후 사정 다 아는데 무슨 별첨자료가 필요한가.

계열사 시너지 효과를 높이려면 카드사나 보험사가 우리은행에서 마케팅을 활성화해야 한다. 계열사 상품을 팔 수 있는 ‘50%룰’에 다른 은행은 다 걸리는데, 우리은행은 20%대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카드 배구단 인수 문제는 어떻게 되나

▲(우리은행) 농구단도 있고, (우리투자증권) 골프단도 있는데, 굳이 필요 없으면 백지화해야 한다. 그래서 과연 마케팅 효과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도록 지시했다. 구단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수백억원이 들어갈 텐데, 우리카드에 그럴 여력이 없다. 체육공헌도 사정이 될 때 하는 것인데, 우리카드는 그럴 사정이 아닌 것 같다.

인수를 포기하려면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불행한 결혼생활이 확실하면 약혼 때 깨는 게 낫다. 그게 훨씬 부작용이 덜 하다. 지금 우리는 비상시국이다. 카드사에 무슨 자생력이 있나. 저쪽(배구계)도 이해할 건 이해해주고, 우리도 설득할 건 설득하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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