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기자간담회
국내 중소기업들이 북한에 제2의 개성공단 조성을 추진한다.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심각한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입주한 123개 업체에서 부족한 근로자수는 1만 5000여명에 이르고 1단계 토지 분양을 받은 300개 업체가 모두 입주하면 10만 7000명의 근로자가 모자랄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력 확보 문제로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중소기업들도 현지 인건비가 해마다 100%씩 오르는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우리말이 통하는 북측의 우수한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제2의 개성공단을 추진하면 인력난에 시달리는 우리 중소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 조성될 공단의 후보지로 북측은 나진·선봉 경제특구를, 우리 기업들은 개성과 평양에서 가까운 해주와 남포를 선호하고 있다. 김 회장은 “북측으로부터 나선특구에 투자해 달라는 간접 제의를 받았다”면서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개성공단만큼의 효율을 내려면 해주와 남포에 공단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측의 제의와 관련해 중기중앙회는 나선특구에 제2 개성공단을 조성하는 방안을 놓고 용역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기 수급과 물류체계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회장은 “노동력에 기반을 둔 사업도 반드시 기계설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안정적인 전기 공급은 필수요건”이라면서 “나선특구는 중국이나 러시아의 전기를 끌어다 써야 하는데 기업으로서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해운을 이용해 북의 공단에서 생산한 물건을 실어나른다지만 러시아의 물류시스템이 비효율적이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게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 회장은 “해주와 남포가 제2공단 건설의 적지”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해주는 개성공단에서 50㎞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도로를 닦으면 남쪽까지 물류가 원활하게 연결된다. 또 남측이 개성공단에 제공 중인 전기선을 끌어다 쓸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이 있다. 다만 북한 해군력의 60%가 해주에 주둔하고 있어 보안상의 이유로 북이 난처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과 130㎞ 떨어진 남포는 거주 인구가 많아 노동력 확보에 유리하지만 평양과 가까운 게 북측에 부담이다.
김 회장은 “제2 개성공단은 1~2년 만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북과 우리 기업, 우리 정부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에 올해는 제2공단의 필요성을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2014-02-05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