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흥국 펀드 순유출 308억달러, 작년 규모 추월”2008년 금융위기 쇼크 당시와 비견될 정도로 많다”
올해 들어 미국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된 이후 신흥시장에서의 자금 유출이 가속했다.신흥시장 펀드에서 유출된 글로벌 자금은 7주 만에 작년 한 해 동안의 순유출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각 증시별로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으며 올 초 위기감이 높아졌던 신흥시장의 불안이 끝났는지에 대한 시각도 크게 나뉜다.
◇ 올해 펀드 순유출, 작년 추월…국가간 차별화
23일 금융투자업계와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신흥국 채권형·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지난해의 총 순유출 금액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 신흥국 채권형·주식형 펀드의 순유출 규모는 308억4천300만 달러였다.
이는 지난해 한 해 동안의 순유출 규모인 308억2천만 달러보다 많은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올해 1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시작하고 통화 가치가 폭락한 일부 신흥국을 중심으로 신흥시장 위기설이 퍼지면서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 대비 신흥국 자금 이탈은 과도 영역에 진입했다”며 “테이퍼링 우려로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은 2008년 금융위기 쇼크와 비견될 정도로 많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달 중순 들어서면서 유출이 약해지는 추세이며 각국 여건에 따라 증시 차별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통화 가치 급락으로 가장 취약한 시장으로 지적되는 ‘취약 5개국’ 중에서도 2개국의 주식형 펀드는 최근 1주일(13∼19일)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인도는 9천만 달러, 브라질은 9천500만 달러, 남아프리카공화국은 900만 달러 순유출을 기록했으나 인도네시아로는 1천800만 달러, 터키로는 100만 달러가 순유입됐다.
노상원 동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이머징마켓(GEM) 펀드에서 유출을 주도했던 운용사 블랙록과 뱅가드의 유출세가 약해졌다”며 “중국, 한국, 대만 등은 유출이 이어진 반면 인도네시아는 경상수지 적자폭 축소에 따른 자금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각국 증시의 주요 주가지수도 올해 들어 등락이 크게 엇갈렸다.
신흥시장을 한데 묶어 방향성을 엿보기 어려울 만큼 시장간 차이가 커졌다는 뜻이다.
올해 들어 20일까지 아르헨티나 메르발지수는 10.9%,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종합지수는 8.4%, 그리스 ASE 아테네 지수는 7.5%, 필리핀 PSEi지수는 7.1% 각각 상승했다.
반면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는 8.2%, 멕시코 IPC 지수는 7.2%, 터키 BIST 100 지수는 6.1%, 인도 센섹스 지수는 2.3% 하락했다.
◇ “신흥시장 불안 끝났나” 의견 분분
연초 금융위기설이 제기됐을 만큼 불안했던 신흥국들의 상황이 나아졌는지에 대한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신흥시장에 대해 매도 심리 안정·경상수지 개선 기대에 따른 낙관론과 외화보유액 감소·기준금리 인상·자금조달 비용 상승에 따른 비관론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도이치은행은 신흥시장이 최근 조정을 거친 만큼 적정 수준으로 수렴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바클레이즈도 신흥국 주가가 기업 실적과 경제성장률 악화 가능성을 반영해 이미 저점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신흥국에 지난해의 1조1천500억 달러와 비슷한 규모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인도네시아가 최근 경상수지 적자 폭을 줄였듯이 신흥국들이 중장기적으로 경제를 개선할 가능성도 낙관론을 키우고 있다.
반면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속속 인상한 국가들은 자금 조달 비용이 커졌고 아르헨티나·우크라이나·터키 등 외화보유액이 감소세인 국가도 많아 불안감이 남아 있다.
골드만삭스는 전통적인 대외 지급여력 지표인 외화보유액이 작은 국가들의 취약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뱅크오브코리아-메릴린치도 경제성장과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우려가 완화하기 전까지는 신흥국 전반의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원·김형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일부의 긍정적 평가에도 최근의 금융불안이 당분간 신흥국 부진을 심화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나라도 비교적 안전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으나 국제 금융시장 불안 시 변동성이 동반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