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외면 고정금리대출 정책, 서민만 울렸다

현실 외면 고정금리대출 정책, 서민만 울렸다

입력 2014-08-20 00:00
수정 2014-08-20 07:2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3년새 대출금리 1.3%p 하락…금리인하 혜택서 철저히 소외

금융당국이 밀어붙인 고정금리대출 확대 정책이 서민들의 이자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탁상공론 식의 정책만 붙들고 현실적인 정책 변화를 꾀하지 않는 금융당국의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연 2.5%→2.25%)로 대출금리가 평균 0.25%포인트 하락할 경우 약 9천억원의 가계대출 이자 경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3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 478조5천억원 중 변동금리대출분 355조5천억원(74.3%)의 대출이자가 9천억원 가까이 줄어들면, 대출자 779만6천여명이 1인당 연간 11만4천원의 이자 경감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나머지 25.7%에 해당하는 123조원에 달하는 고정금리대출을 받은 고객들이다.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하락한다고 하면 이들이 받지 못하는 이자 혜택은 무려 3천억원에 달한다.

사실 2011년 상반기까지 전체 가계대출에서 고정금리대출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고정금리대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것은 전체 가계대출의 5% 수준인 은행들의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2016년 30%까지 늘리는 내용의 ‘6.29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2011년 6월 금융당국이 내놓으면서부터다.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은행들이 신상품을 내놓고 고객들에게 고정금리대출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면서 고정금리대출의 비중은 가파르게 올라갔다.

2010년 말 전체 가계대출의 5.1%였던 고정금리대출의 비중은 2011년 9.3%, 2012년 19.8%, 지난해 21.3%로 오르더니 올해 6월 말에는 25.7%까지 높아졌다.

문제는 고정금리대출의 확대 추세와 동시에 시중금리가 급격히 하락했다는 점이다.

2010년 연 5%였던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11년 4.92%, 2012년 4.63%, 지난해 3.86%로 떨어지더니 올해 들어서는 6월 말 기준 3.58%까지 주저앉았다.

금융당국의 말을 믿고 고정금리대출을 받은 고객이라면 최근 3년 동안 1.34%포인트에 달하는 대출금리 하락 혜택을 놓친 셈이다. 2억원 대출을 받은 고객이라면 대출이자가 1%포인트 차이만 나더라도 한해 200만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한다.

대출금리의 하락세로 신규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대출의 비중은 올해 1월 14.5%까지 떨어졌지만, 금융당국은 고정금리대출의 비중을 2017년 40%까지 늘리겠다는 더 적극적인 가계부채 구조개선안을 2월에 내놓았다.

이에 은행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고정금리대출 특판 상품 등을 내놓으며 판촉에 나선 결과, 신규 고객 중 고정금리대출의 비중은 지난 6월 42.3%까지 다시 올라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 은행 창구에는 고정금리대출을 변동금리대출로 바꿀 수 있느냐는 고객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높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금융 소비자와 금융권의 현실에 맞는 유연한 정책 변화를 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 박종규 선임연구위원은 “시중금리가 떨어지면 고정금리대출자의 상대적인 피해가 커지지만, 반대로 시중금리가 급격히 올라가면 싼 금리에 고정금리대출을 내놓은 은행들의 건전성 악화도 우려된다”며 “고정금리대출 비중이 가계대출의 건전성을 나타낸다고 보기도 힘든 만큼 시장 자율에 맡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 여러분은 만족한가요?
15년 만에 단행된 카카오톡 대규모 개편 이후 사용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는 “역대 최악의 업데이트”라는 혹평과 함께 별점 1점 리뷰가 줄줄이 올라왔고, 일부 이용자들은 업데이트를 강제로 되돌려야 한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카카오는 개선안 카드를 꺼냈다. 이번 개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1. 개편 전 버전이 더 낫다.
2. 개편된 버전이 좋다.
3. 적응되면 괜찮을 것 같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