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슈퍼甲 횡포’… 금융당국은 침묵

현대차 ‘슈퍼甲 횡포’… 금융당국은 침묵

입력 2014-09-11 00:00
수정 2014-09-1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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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지않는 자동차 할부금융 갈등

현대자동차와 신용카드사들이 자동차 복합할부금융을 둘러싸고 ‘2라운드’에 돌입했다. 현대차는 카드사들에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5일을 마감시한으로 해 1.9%의 가맹점 수수료를 0.7%로 내리는 방안의 수용 여부를 알려달라고 통보했다. 대다수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 양측 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복합할부금융 갈등에도 정작 금융당국은 한발 물러선 채 “가맹점과 카드사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현대차그룹 봐주기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8개 전업계 카드사 중 절반가량은 현대차 측에 수수료 인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지난 5일 전달했다. 나머지 카드사들도 내부 검토 중이지만 현대차 방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수수료를 내려주면 다른 대형 가맹점들도 연쇄적으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며 “카드사들이 암묵적으로 ‘이번에 (현대차에)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감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실제 현대차는 2011년 11월 카드사에 수수료 인하(신용카드 1.75%→1.7%, 체크카드 1.5%→1.0%)를 요구하다 이를 거부한 KB국민카드의 가맹점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금융당국을 향한 업계 불만도 커지고 있다. 대형 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영세 가맹점보다 저렴한 가맹점 수수료를 부담하는 폐해를 개선하기 위해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하고, 새 수수료 체계를 도입한 것이 바로 금융당국이다. 그런데 정작 현대차의 횡포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내부 분석자료를 통해 복합할부금융의 적정 수수료율이 1.5~1.9%라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일단 최저한도 수준인 0.7%로 수수료를 제시한 뒤 협상을 통해 카드사와 격차를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복합할부금융 논란은 현대차와 현대캐피탈의 독과점 체제가 핵심이며, 이 부분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영역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개입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차의 부당한 수수료 인하 요구는 명백히 여전법 위반 사안인데 금융당국이 침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 봐주기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서 금융당국은 신용카드 포인트 유효기간을 5년으로 못 박으면서 신용카드 1포인트를 1원으로 통일하는 ‘신용카드 포인트 표준화 방안’을 이르면 이달부터 추진할 계획이었다. 포인트 단위를 통합해 중장기적으로 고객이 보유한 카드사에 상관없이 모든 가맹점에서 포인트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금융당국의 그림이다. 이에 따라 일부 카드사는 올해 상반기부터 ‘1포인트=1원’을 이미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계열인 현대카드의 반발로 포인트 표준화 방안이 무산된 상태다. 현대카드는 ‘1포인트=0.7원’을 적용 중이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2014-09-1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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