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재판 관전포인트 ‘항로변경’

’땅콩 회항’ 재판 관전포인트 ‘항로변경’

입력 2015-01-20 17:06
수정 2015-01-2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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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17m만 이동…항로변경 아니다” 전문가 “운항 위해 움직인다면 항로에 있다고 봐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과 관련해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죄 적용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항공보안법 제42조(항공기 항로 변경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하여 정상 운항을 방해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당시 기장에게 램프리턴(항공기가 탑승게이트로 돌아가는 것)을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사무장이 기장에게 램프리턴을 요청한 것은 조 전 부사장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해 항로변경죄를 적용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20일 당시의 동영상을 언론에 배포하면서 항로변경이 아니라며 조 전 부사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대한항공은 참고자료에서 “일반적으로 항공관련 법규에서 ‘항로’라는 개념은 ‘항공로’와 동일하게 고도 200m 이상의 관제구역을 의미한다”면서 “공항의 관리를 받는 주기장에서 이동은 항로라고 볼 수 없으며 특히 당시는 엔진 시동도 걸리지 않았고 17m 정도의 거리를 차량에 의해 밀어서 뒤로 이동하다 바로 돌아온 것이므로 항로변경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의 변호인도 전날 첫 공판에서 “당시 미국 JFK공항에 찍힌 CCTV를 보면 항공기는 푸시백(탑승게이트에서 견인차를 이용해 뒤로 이동하는 것) 후 17초간 17m만 움직였고, 이는 전체 이동거리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수준”이라면서 “검찰 측은 지상로에서 항공기가 움직인 것 역시 ‘운항’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항로에 대한 명백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지상로까지 항로에 포함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항공 전문가들과 국토교통부는 다른 견해를 내놓고 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일단 운항 중이면 항로에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지상 이동도 포함하는 것이 항공보안법의 취지에 맞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항공보안법은 비행기 문 닫을 때부터 운항 중이라고 보고 그때부터 적용하는 것이다. 하늘을 날 때뿐만 아니라 지상에서도 해당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기의 불법납치 억제를 위한 협약’(헤이그협약) 제3조에도 ‘항공기는 탑승 후 모든 외부의 문이 닫힌 순간으로부터 하기(下機)를 위해 문이 열리는 순간까지 비행 중인 것으로 본다’고 돼 있다.

정윤식 경운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항공법상 항공로는 ‘항공기의 항행에 적합하다고 지정한 지구의 표면상에 표시한 공간의 길’인데 항공보안법의 항로는 테러 같은 행위를 방지하려는 것이므로 개념이 더 넓다”면서 “푸시백하고 있는데 누가 총을 들고 항공기를 게이트로 붙이라고 할 때 항로가 아니라고 한다면 항로변경죄가 아니라 기내난동으로 처벌해야 하나. 운항을 위해 움직인다면 전부 항로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엔진 시동을 켜지 않았다는 대한항공의 주장에 대해서도 “비행 중에 엔진이 고장으로 꺼졌다면 항로에 있지 않다고 해야 하나”면서 일축했다.

국내 항공보안법에는 ‘항로’의 정의가 없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도 항로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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