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비율↓·비용절감 효과 …국내은행은 아직 ‘요원’
”안녕하세요, 저는 환전,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안내, 계좌개설과 해외송금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어요. 어떤 걸 문의하시겠습니까?”지난 4월 일본 최대은행인 도쿄-미쓰비시UFJ은행(BTMU) 도쿄지점에 말하는 로봇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인간 신체와 유사한 모습을 갖춘 휴머노이드 로봇 나오(Nao). 키는 58㎝에 불과하지만 재주가 많다.
일본어·중국어·영어 등 모두 19개 언어를 구사할 뿐 아니라 고객의 행동과 표정을 분석해 스스로 고객의 요구 사항에 맞춰 행동할 수 있다.
아직은 안내 업무밖에 할 수 없지만 조만간 ‘인간 직원’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업무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BTMU는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나오’가 창구 등 일반업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유명은행들이 앞다투어 로봇을 은행에 도입하고 있다.
25일 금융권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스털링뱅크&트러스트는 최근 신설지점에 로봇을 안내원으로 배치했다. 일본 미즈호은행도 이달 ‘나오’와 유사한 기능을 보유한 로봇 ‘페퍼’를 도입했다.
영국의 대형은행 바클레이스도 자금이체업무에 로봇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싱가포르의 DBS은행, 오스트레일리아의 ANZ은행 등도 자산관리분야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인 은행들이 로봇을 도입하는 이유는 오류비율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또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에서 자동화가 이뤄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직원들의 일을 측면에서 지원할 수도 있다.
예컨대 디지털센서를 통해 고객을 식별하고, 모바일을 포함한 거래 이력을 신속히 파악함으로써 로봇이 담당직원의 손님맞이를 지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인간과는 달리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크다.
이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은행 대고객업무에서 로봇기술의 도입은 고객경험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내 상황은 어떨까.
각 은행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외환·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과 부산·광주·대구 등 지방은행 가운데 로봇을 도입한 사례는 현재까지 없다. 아울러 당분간 로봇을 도입할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핀테크(Fintech·정보기술과 금융의 융합)하기도 벅찬데, 로봇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다”며 “이는 우리뿐 아니라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일 듯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의 수익성 제고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로봇 도입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연구원은 “해외 은행 사례에서 보듯 관련 기술의 발달과 로봇의 상용화 추세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금융권에서도 로봇기술을 활용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