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만큼 정치권도 일단 첫발을 뗐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최근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종교인 과세 방식을 담은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조세소위에 상정해 의결했습니다. 이제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종교인 과세를 논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입니다.
정부안의 특징은 어떻게든 종교인 과세를 이끌어 내기 위해 일반 국민과 비교할 수 없는 혜택과 배려를 담았습니다. 근로소득세나 기타소득에 대한 종교인의 반발을 고려해 사례금을 ‘종교소득’이라는 별도의 이름으로 명시했습니다. 또 세금을 물리지 않는 ‘필요경비율’도 높습니다. 소득이 4000만원 이하면 필요경비율을 80%, 4000만∼8000만원은 60%, 8000만∼1억 5000만원은 40%, 1억 5000만원 초과는 20%로 정했습니다. 예컨대 소득이 5000만원이면 필요경비 3000만원(60%)을 뺀 2000만원이 세금을 매기는 대상이라는 얘기입니다. 월급쟁이들이 내는 근로소득세와 비교하면 여전히 큰 혜택입니다. 여기에 소득에서 의무적으로 원천징수하는 방식을 바꿔 종교단체가 원천징수를 선택하거나 종교인이 자진 신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권영진 기재위 전문위원은 “정부안이 과세와 비과세 대상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소득 수준에 따라 필요경비율을 차등 적용한 점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앗 뜨거워’ 하고 있습니다. 심정적으로 과세해야 한다고 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감안하면 역풍이 불까 부담스럽다는 거죠. 몇몇 대형 교회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정부에 “분위기를 띄워 보라”며 짐을 떠넘깁니다. ‘과세 여론’이 강하게 불면 해 보고, 아니면 하지 않겠다는 속셈인 거죠.
그런데 정치권이나 정부나 마음이 콩밭에 간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관가도 개각과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있어 마냥 밀어붙이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누군가 총대를 메야 하는데 잘 보이지 않네요. 기획재정부는 “종교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며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 정도 노력으로 47년 해묵은 숙제가 해결될까요.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2015-10-2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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