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아직 확정된 게 없다”…주류업계 “국산 역차별 시정해야”
정부가 수입맥주 가격 할인을 인위적으로 막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소비자들이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부정적 여론이 들끓자, 정부는 “아직 확정된 게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논란은 지난 14일 한 언론매체가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7일 주형환 1차관 주재로 열린 투자·수출 애로 해소 간담회에서 ‘기준가격을 제시해 수입맥주의 할인판매를 제한하는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견을 업계에 전달했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현행 주세법에 근거한 국세청 고시에 따르면 국산 주류의 경우 거래액의 5%를 초과하는 경품 제공 등 프로모션(판매촉진행사)이 엄격히 제한될 뿐 아니라 도매가격(주세가 붙은 출고가) 이하로 판매하는 행위 자체가 원천적으로 금지돼있다. 할인판매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나 다름없다.
반면 수입주류에 대해서는 프로모션이나 할인에 대한 별다른 규제가 없는 상태이다.
수입주류의 경우 관세가 붙은 수입신고가격 정도만 드러날 뿐, 이후 수입업체가 얼마의 비용과 마진을 덧붙여 유통시키는지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국산 주류의 ‘출고가’ 개념과 같은 기준이 없기 때문에 “어느 비율, 어느 금액 이상의 할인은 금지”라는 규정을 두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얘기이다.
이 때문에 국산 주류업계에선 “형평성에 문제가 있고, 국산 주류가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보도 내용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정부가 이 같은 역차별 지적을 받아들여 수입 맥주에 대한 할인 제한 기준을 따로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이 같은 움직임에 국내 주류업체들은 “일리가 있다”며 지지하는 입장이다.
국내 업체 관계자는 “국산 출고가처럼 정확한 도매가격이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수입 맥주의 경우 정가를 부풀린 뒤 큰 폭의 할인율을 적용한 것처럼 마케팅해도 소비자는 눈치채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특히 “경품 가격 제한도 없기 때문에 수입 맥주가 고가의 컵 등을 붙여 팔 때 국산 맥주는 손놓고 구경만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같은 수입맥주 할인 규제 논란을 바라보는 네티즌들의 반응은 업계와는 사뭇 다르다.
“정부가 다양한 맛을 자랑하는 수입맥주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즐길 기회조차 빼았아 간다”며 비난하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 같은 정부의 제도 개선 방향을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빗대어어 ‘맥통법’으로 부르며 조롱하고 있다.
새정치민주 전병헌 의원도 1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1만원에 4개씩 판매하는 수입맥주 할인행사로 서민들이 고된 삶의 시름을 덜고 있다는 걸 왜 정부만 모르느냐”며 거들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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