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사업 재편 절실…대형화·전문화해서 경쟁력 갖춰야”
“우리나라 주력산업들이 중국발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선제적으로 사업을 재편해서 대형화, 전문화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어요. 기업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절박합니다.”이번 정기국회의 쟁점 법안 가운데 하나인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원샷법은 인수합병(M&A) 등 기업의 사업재편과 관련한 절차와 규제를 하나로 묶어서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7월 국회에서 발의됐으며 정부와 여당은 연내 국회 처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단 여야는 이번 정기국회 내에 합의해서 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야 합의가 전제인 만큼 법안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2일 “최근 통계 수치를 보면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며 “기업들도 이와 같은 법이 더 늦기 전에 통과돼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원샷법의 핵심은 선제적, 자율적, 정상기업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기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나 통합도산법은 사후적·타율적 구조조정을 지원하며 부실기업이나 워크아웃기업이 대상이다.
원샷법은 신용등급이 A등급이나 B등급인 정상기업이라고 할지라도 경쟁력을 높이고자 사업재편을 추진하면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5년 한시적으로 특례를 주는 게 골자다.
부실이 발생한 이후 이뤄지는 사후 구조조정에는 공적 자금 투입, 실업 발생 등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야당을 중심으로 “재벌의 경영권 승계를 쉽게 열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처럼 과잉공급 해소가 아니라 특수관계인의 지배구조 강화나 경영권 승계 등으로 이용될 수 있는 계획은 승인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특혜시비를 최소화하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산업부 산하에 민관합동 심의위원회를 설치,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산업은행의 특별시설자금 1조5천억원,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사업전환촉진자금 990억원 등을 활용해 중소·중견기업에 자금 및 금융을 지원해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 법이 통과되면 철강·석유화학·조선 등 제조업의 체질 개선은 물론 건설업·유통업·금융업 등 내수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간의 합병이나 대기업의 비핵심 사업부 인수 등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소·중견기업이 대형화·전문화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포항·광양의 철강, 여수·울산의 석유화학 등 지역 산업의 체질이 강해져서 지역경제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산업활력법 등 사업재편 지원제도를 통해 여러 성과를 거뒀다”며 “2003년부터 2013년까지 관련 제도를 통해 승인된 기업 488개사 중 성과보고서를 제출한 212개사의 유형자산회전율, 자기자본이익률 등 생산성 지표가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산업계의 선제적 사업재편이 매우 시급하다”며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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