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풍자 등 무차별 삭제” vs “여성 등 약자 보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10일 인터넷의 명예훼손성 글에 대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 신고로도 삭제·접속차단 등을 심의할 수 있게 규정을 개정키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방심위는 이날 오후 전체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 개정안을 심의·의결한다.
기존 규정에서 온라인 명예훼손글은 당사자나 대리인이 신청해야 방심위 심의가 시작됐지만, 개정안에서는 당사자가 아니어도 심의 신청을 할 수 있다.
방심위는 기존 심의 규정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과 어긋나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정보통신망법 70조3항은 명예훼손을 제3자 신고가 가능한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했지만 심의 규정은 당사자나 대리인만 신고할 수 있는 ‘친고죄’로 해석해 상위법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조치는 야권 등에서 반발이 작지 않다.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에 대한 비판·풍자글이 극우 단체 등 신고로 대거 심의 대상에 올라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실의 관계자는 “정치·사회 권력층을 비판하는 글에 대해 심의 요청이 잇따라 여론이 위축될 공산이 크다. 악용의 소지가 많은 만큼 개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방심위는 이번 개정안에 따라 성행위 동영상이나 집단괴롭힘(왕따) 글처럼 당사자 신고가 어려울 수 있는 콘텐츠에 신속하게 대처해 여성과 노약자 등을 보호할 수 있다고 본다.
표현의 자유 위축 논란에 대해서는 박효종 방심위원장이 지난 8월 ‘정치인 등 공인은 사법부에서 (가해자에게) 유죄 판단이 내려진 때에만 제3자 신고를 허용하면 좋겠다"고 견해를 내놓은 바 있다.
문제는 이런 ’공인 예외' 제안이 적용될지, 적용된다면 어떤 식으로 반영될지는 정해지지 않아 회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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