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관광지 조사···이태원, 잠실 관광특구 오역 제일 심해

자료사진으로 기사에 등장하는 사례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중국어로 적힌 메뉴판이 있는 서울 주요 관광지 한식당 3곳 중 1곳에 메뉴판상의 심각한 오역(誤譯)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염동열 새누리원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한식메뉴 외국어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주요 관광지 한식당에 있는 중국어 메뉴판의 약 32.4%에서 오역 수준이 심각한 문구가 1개 이상 나타났다.
오역의 예를 살펴보면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 있는 한식당의 중국어 메뉴판에는 ‘묵은지삼겹찜’이 “할머니를 구운 고기”로 표시돼있다. ‘김치찌개’는 “맵고 기이한(辛奇) 요리”라고 번역돼 있다. 주 재료인 ‘김치’(泡菜·포채)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서울 송파구 잠실동 지역에 위치한 한식당 중에는 ‘감자탕’을 돼지 등골뼈(脊骨)가 아니라 “채소 감자(土豆)가 든 탕”으로 번역해놓은 곳도 있었다.
‘삼겹살’은 중국에서는 고기와 비계가 다섯개 층을 이뤘다고 해 ‘五花肉’ 라고 부르지만, 메뉴에서는 ‘삼겹’이라는 한국어 의미대로 ‘三花肉’라고 써놓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순천향대 산학협력단이 한국관광공사에 제출한 이 보고서는 지난해 10월 20일~12월 8일 서울 주요 관광지 274개 업체의 중국어로 번역된 한식 메뉴판을 조사한 결과다. 서울 관광특구 6곳 중 한식당이 거의 없는 강남을 제외한 나머지 5곳과 관광객이 많이 찾는 북촌, 서촌, 이대, 홍대, 또 교통 중심지인 서울 용산역,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등이 조사 대상 지역이다.
이 가운데 중국어 메뉴판이 있는 185곳 중 60곳에 심각한 오역이 있었다. 심각한 오역이 1개 나온 경우가 36곳(19.5%), 2개 18곳(9.7%), 3∼11개가 6곳(3.2%)이었다.
지역별로 오역 비율을 살펴보면 이태원·잠실 관광특구가 43%로 가장 높았고 북촌·서촌이 19%로 가장 낮았다.
소규모 음식점에서의 오역 비율은 32%인 반면 대규모 음식점은 25%였다. 직접 번역한 경우(23.1%)에 비해 간판 광고업체에 의뢰한 경우(35.5%)에 오역이 더 많았다.
염 의원은 “한류 콘텐츠인 한식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한식메뉴 외국어 표기방법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면서 “한국관광공사와 국립국어원, 한식재단 등의 외국어 표기방법이 각기 다른 데 따른 혼란이 있어 번역 표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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