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률 17개월만에 최저…작년 ‘달걀 대란’ 여파 등의 기저효과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무, 배추 등 농산물 가격이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내렸고, 전기·수도·가스 요금 등이 안정되면서 물가 오름세가 둔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설 명절과 평창올림픽 기간 현장 물가 관리와 외식 등 생활 밀접 분야에 대한 시장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0% 상승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6년 8월 0.5%를 기록한 후 1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6년 9∼12월 1.3∼1.5%에 머물다가 작년 1∼10월에는 1% 후반에서 2% 중반을 오갔다.
같은 해 11월에 1.3%까지 떨어졌고 12월에는 1.5%로 소폭 반등했다가 이번에 상승률이 급락했다.
품목별로 등락률을 보면 토마토, 무, 배추, 당근, 파 등의 농산물 가격이 내려가면서 채소류 가격이 12.9% 하락했고 전체 물가를 0.25% 포인트 끌어내렸다.
이런 내림세는 작년 1월 기록적으로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이 높았기 때문에 나타난 기저효과 영향이 가장 크다는 것이 통계청의 분석이다.
재배면적 증가나 김장철 가격 하락 영향도 있지만, 작년이 워낙 높았기에 1년 전과 비교하는 물가 상승률의 특성상 착시의 일종인 기저효과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작년 1월은 조류 인플루엔자(AI) 탓에 달걀값은 전년보다 61.9% 뛰었다. 무(113.0%), 배추(78.8%), 당근(125.3%) 등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들썩였다.
전기·수도·가스는 1.5% 하락했다.
서비스 요금 물가 상승률은 1.4%로 2014년 2월 1.1%를 기록한 후 가장 낮았다.
체감물가를 보여주기 위해 자주 구입하고 지출 비중이 큰 142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0.9% 상승해 2016년 8월 -0.2% 후 17개월 만에 최저치가 됐다.
특히 이 가운데 식품은 상승률은 0.4%로 2014년 9월 0.3%를 기록한 후 4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어류·조개·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을 기준으로 한 ‘신선식품지수’는 2.6% 하락해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물가상승률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1.1%로 집계됐다. 이는 1999년 12월 0.5%를 기록한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다른 요인도 있지만 농·축·수산물 물가 하락 폭이 큰 것은 기저효과 영향이 가장 크다”며 “원화 강세, 최저임금인상 영향은 1월 물가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향후 물가는 안정세가 지속할 전망이지만 기상여건, 국제 유가 상승세 등 불안요소가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파 등이 생활물가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요 품목별 수급과 설 성수품 가격안정대책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설 명절·올림픽 기간 현장 물가 관리와 외식 등 생활 밀접 분야에 대한 시장 감시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