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롯데 신동빈 총수로…공정위, 30년만에 변경

삼성 이재용·롯데 신동빈 총수로…공정위, 30년만에 변경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5-01 13:38
수정 2018-05-0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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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영향력 요건 충족하는 중대·명백한 사정변경 확인”네이버 이해진에 대해선 “변경사항 없다”며 총수 유지 판단

공정거래위원회가 30년 만에 삼성그룹의 총수(동일인)를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변경했다.

롯데그룹에 대해서도 한정후견인 개시 결정이 확정된 신격호 명예회장을 대신해 신동빈 회장을 총수로 지정했다.

두 그룹의 총수가 변경된 이유는 ‘지분율’ 요건과 ‘지배적 영향력’ 요건에서 ‘중대·명백한 사정변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회사 측의 제외 요청에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GIO)을 네이버의 총수로 유지한 것도 이러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삼성·롯데는 중대·명백 사정변경 있어…네이버는 아냐”

1일 공정위는 삼성그룹 총수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변경했다.

이 회장은 여전히 삼성의 최다출자자이지만, 2014년 5월 입원 후 만 4년이 된 현재까지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정위는 확인했다.

직·간접적으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점이 명백하다는 판단이다.

반면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삼성물산·삼성생명 등을 통해 간접 지배하는 등 지배 구조상 최상위 회사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부회장 직책에서 그룹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이 회장 와병 후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 등 삼성의 계열회사 임원변동, 인수·합병 등 소유지배 구조상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으며, 이러한 결정은 이 부회장의 결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총수를 이 부회장으로 변경하는 것이 종전보다 삼성의 계열 범위를 가장 잘 포괄할 수 있는 결과라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공정위는 지난 2월 서울고법이 판결에서 이 부회장을 ‘사실상의 삼성그룹 총수’로 규정한 점도 고려했다.

공정위가 롯데그룹의 총수를 신격호 명예회장에서 신동빈 회장으로 변경한 것도 같은 논리다.

신 명예회장은 작년 6월 대법원에서 한정후견인 개시 결정이 확정됐다.

이후 롯데 안에서는 지주회사 전환, 임원변동 등 역시 소유지배 구조상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으며, 이는 신 회장의 결정이다.

신 회장은 아울러 롯데지주의 개인 최다출자자이자 대표이사이며, 지주체제 밖 계열회사 지배 구조상 최상위에 있는 호텔롯데의 대표이사로서 사실상 기업집단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는 사실을 공정위는 인정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삼성과 롯데는 기존 동일인이 지분요건 내지는 지배력 요건을 충분히 행사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지난 1년 동안 그룹 전체적으로 중요한 사정변경이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동일인 지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이해진 네이버 GIO를 총수에서 제외하지 않은 결정도 같은 판단 절차를 거쳤다.

이 GIO는 최근 지분 0.6%를 매각했지만 여전히 네이버의 개인 최다출자자이고, 기타 지분분포에도 중대한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네이버 이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이 GIO가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 때 임명된 인물이며, 후임 사내 이사도 네이버 초창기부터 이 GIO와 함께 한 인물이라고 공정위는 봤다.

이 GIO는 이사직 등을 사임했지만, 공정위는 그가 여전히 회사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가 네이버 일본 자회사인 라인의 회장을 여전히 맡고 있고, 라인은 네이버 전체 기업집단 자산총액의 40.1%, 매출액의 37.4%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다.

김 위원장은 “네이버의 사업적으로 가장 중요한 일본 라인의 회장을 맡고 있고, 네이버의 미래에 가장 중요하다 판단되는 해외사업부문에서 새로운 기회 창출을 위해 GIO라는 직책을 만들고 스스로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에 변경 사항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봤다”고 부연했다.

◇ 공정위 4개월간 ‘고심’…삼성·롯데 총수 변경은 30여 년 만의 일

‘동일인’이란 특정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 또는 법인으로, 공정거래법상 개념이 별도로 정의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하위 규정 등에 따라 직·간접 지분율, 경영활동과 임원선임 등에 대한 직·간접 영향력 행사 등이 판단 기준으로 제시된다.

동일인이 정해지면 친족·비영리법인·계열사·임원 등 동일인 관련자 범위를 결정하고, 마지막으로 기업집단 소속회사의 범위를 확정한다. 대기업집단 정책의 기준점으로 인식되는 이유다.

공정위는 지난 1월 회사의 경영 현실과 맞지 않게 지정돼 책임성 확보가 어려운 총수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1∼2월 당시 지정돼 있던 49개 총수 있는 집단을 대상으로 총수의 지분율 요건과 지배적 영향력을 기준으로 하나씩 지워나가는 방식으로 재검토 대상을 선정했다.

일단 49개 중 32개는 총수가 집단 내 최다출자자로, 자신이 직접 보유한 지분을 원천으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두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어 제외됐다.

6개 집단은 친족 등 우호지분을 활용해 지배하고 있었다.

4개 집단은 총수가 최다출자자로서, 현재는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언제든지 경영권을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3개 집단은 총수가 최다출자자는 아니지만, 최다출자자이자 최고경영자 직책에 있는 2세를 통해 지배하는 것으로 보고 역시 재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

기존 총수였던 고(故) 이수영 대표이사가 작년 10월 사망한 OCI는 그의 장남인 이우현 대표이사가 이어받으면서 역시 재검토 대상에서 빠졌다.

공정위는 이러한 과정으로 추려낸 3개 집단인 삼성·롯데·네이버의 총수 재지정을 지난달 심층적으로 검토했다.

각 회사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았고, 공정거래법·회사법 분야 교수·변호사 4인으로 구성된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최종 판단을 내렸다.

공정위의 삼성과 롯데의 총수 변경 지정은 30여년 만의 일이다.

공정위는 1987년 처음으로 총수를 지정했다. 관련 자료가 1995년치부터만 남아 있어 1987년에 정확히 누가 총수로 지정됐는지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삼성은 최소한 이병철 회장인 사후인 1988년부터는 이건희 회장이 총수로 지정됐을 것이라고 공정위는 추정했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1987년부터 총수로 지정됐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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