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개발’ 여의도·용산은 매물 품귀…강남은 재건축 중심 거래 늘어정부 “주택시장 안정화 역점” 추가규제 경고…전문가 “정부·지자체 엇박자가 문제”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시세표 등이 게시되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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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박원순 서울시장이 불지핀 서울 여의도와 용산 일대의 아파트 시장은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으며 가격도 초강세다.
강남권의 일부 재건축 단지들도 저가 매물이 팔린 뒤 호가가 올라 추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한여름 휴가철에 기습적으로 내놨던 ‘8·2대책’의 약발이 다하고 1년 만에 또다시 시장 안정을 위한 여름 대책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2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주택시장 안정에 역점을 두겠다”고 경고한 것도 사전 구두개입을 통해 추가 상승을 막아보겠다는 의지다.
◇ 여의도·용산 한 달 새 1억∼2억원 올라…“매물 없어 못판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아파트·단독·연립 등 포함)가격은 전월 대비 0.32% 상승했다. 6월(0.23%)에 이어 두 달 연속 오름폭이 확대된 것이다.
이 가운데 아파트는 0.34%로 전국 광역 시·도 기준으로 가장 상승폭이 컸다.
지방의 아파트값이 지난달 0.33%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뛰기 시작한 것은 급매물이 해소되고 있어서다.
하반기 주택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지목됐던 보유세 개편안에서 증세 대상이 초고가주택·다주택자에 집중되자 보유세 인상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택을 중심으로 매수 대기자들이 매수에 나선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4월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이후 급감하기 시작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6월 4천800건까지 줄었다가 지난달 다시 5천638건으로 거래량이 증가했다.
물론 지난해 7월 거래량(1만4천460건)에 비해서는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지만 한동안 관망하던 매수자들이 다시 집을 사기 시작했다는 것에 정부는 긴장하고 있다.
주택거래신고일이 계약후 60일인 것을 감안하면 통계상 비수기인 8월과 9월까지 거래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의 대규모 개발계획은 꿈틀거리기 시작한 서울 주택가격 상승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서울 여의도는 지난달 초 박원순 서울시장의 ‘신도시급 통합개발’ 발언 이후 매물이 일제히 자취를 감췄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대규모 개발은 정부 협의가 필요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으나 곧바로 박원순 시장이 도시계획입안권은 시에 있다며 맞받아치면서 시장의 기대감은 현재까지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일대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호가는 최근 한 달 새 1억∼2억원 가량 오른 채 매물이 없어 거래를 못 할 정도다.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B공인 관계자는 “외부의 투자 문의가 과거보다 10배가량 늘었는데 소유자들은 앞으로 종상향 등에 대한 가능성을 기대하며 매물을 거둬들였다”며 “최소한 서울시의 마스터플랜은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여의도동 S공인 대표도 “기존에 재건축을 준비하던 곳들은 재건축이 늦어질까봐 걱정하지만 통합개발의 메리트가 크기 때문에 별다른 불만은 없다”며 “되레 목화아파트처럼 리모델링을 검토하던 단지들도 종상향이 허용되면 재건축을 할 수 있어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는 미군기지 호재에다 서울시가 서울역까지 연계한 개발 마스터플랜을 이달 중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용산 한강로·문배동 일대 아파트 단지는 최근 한 달 만에 호가가 1억∼2억원가량 올랐다.
최근에는 동부이촌동까지 들썩거리고 있다. 이곳은 박원순 시장이 여의도·용산 통합개발을 언급한 이후 거래가 크게 늘고 호가도 5천만∼1억원 정도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용산 한남뉴타운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한남3구역의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승인했다.
한남 3구역 시세는 현재 소형 지분의 경우 3.3㎡당 1억∼1억2천만원에도 매물이 없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시중은행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 집값이 하락할 때도 강북은 노원구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집값이 떨어지지 않았다”며 “최근 서울 집값을 띄우고 있는 것은 비강남권의 뉴타운 등 재개발 지역과 개발 호재가 있는 곳인데 강남이 아니라고 해서 지금이 대규모 개발계획을 발표하고 인허가를 내줄 시점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강남은 재건축이 강세…정부 상승세 확산할까 ‘예의주시’
강남권은 보유세 개편안 발표 이후 재건축 재료가 있는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지난 6월까지 1건만 팔릴 정도로 거래가 없다가 지난달 보유세 개편안 공개 이후 15건의 급매물이 팔리면서 호가가 1억∼2억원 올랐다.
이 아파트 112㎡는 지난 6월 15억5천5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17억1천500만원에 팔린 뒤 거래가 멈췄다. 현재 호가는 18억5천만원 이상에 나오고 있다.
올해 초 최고 19억원에 팔린 것을 고려할 때 양도세 중과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악재로 3억5천만원 가까이 떨어졌던 시세가 다시 전고점을 향해 뛰고 있는 셈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101㎡가 최근 16억5천만원에 팔리며 한 달여 전보다 2억원이 올랐다.
이 아파트는 재건축 추진위원회 측에서 정비계획 통과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일부 주민들은 1대 1 재건축 추진을 주장하면서 재건축 재료가 거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은마가 다른 강남 아파트에 비해 싸다는 인식 때문에 재건축 잠재력이 있는 이곳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는 것 같다”며 “최근엔 매물이 없어서 거래를 못하는데 대기 수요는 많다 보니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주 들어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로 접어든 데다 최근 가격 상승에 추격 매수를 부담스러워하는 매수자들도 늘고 있어서 가격이 계속해서 오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호가가 전고점에 육박하면서 매수문의가 줄어들었다”며 “휴가철이 끝나는 이달 중하순까지는 잠잠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신한PWM도곡센터 이남수 PB팀장은 “종부세 인상도 인상이지만 내년부터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보유세 인상폭도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금리 인상 가능성도 있다”며 “가을부터 본격화할 서울·수도권의 입주물량까지 고려할 때 대규모 개발계획의 변수만 없다면 집값이 불안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최근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움직이는 것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남 아파트값 상승세는 서울 인근 지역은 물론 분당·위례·하남 등 수도권 신도시로 가격 상승세가 확인할 수 있어서다.
강남 아파트값이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일 경우 추가 규제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국토부는 시장 모니터링을 확대해 과열이 확산할 경우 투기과열지구나 청약조정지역 등을 추가 지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중앙 정부와 지자체 간 정책 ‘엇박자’가 문제라고 말한다.
지난해 8·2대책 발표로 움찔했던 강남 재건축 가격이 하반기에 급등했던 것도 서울시가 9월 잠실 주공5단지의 ‘52층’ 허용이 도화선이 됐고, 이번 서울 집값 불안도 보유세 개편안 발표로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 여의도와 용산이라는 요지에 대규모 개발계획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투자 심리가 살아난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안명숙 부장은 “사실 최근 집값 불안 지역은 이미 이들 규제가 이중, 삼중으로 시행되고 있는 곳인데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집값을 잡겠다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딴 목소리를 내면서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