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내년 최저임금·주 52시간 노동제도 변화에 ‘고심’

재계, 내년 최저임금·주 52시간 노동제도 변화에 ‘고심’

김태이 기자
입력 2018-12-23 10:48
수정 2018-12-2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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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5천 최저임금 위반’ 대기업들,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촉각

재계가 내년 경기둔화 우려 속에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제 등 노동정책 변화를 앞두고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보다는 주휴시간(유급으로 처리되는 휴무시간)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이 최대 쟁점이다.

‘연봉 5천만원 최저임금 위반’ 사례를 계기로 계산 방식을 놓고 정부와 재계 간, 노동조합과 회사 측 간 대립이 첨예하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등은 주휴시간 포함 시행령 개정이 통상임금의 상승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24일 열리는 국무회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주 52시간 근로제는 상당수 대기업에서 안착해 시행 전 우려보다 빠르게 적응하는 양상이다. 다만, 남은 쟁점인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제를 놓고 재계와 노동계가 힘겨루기를 예고하고 있다.

◇ ‘주휴시간 포함’ 최저임금법령 갈등 최고조…‘월 최대 40% 증가’

고용노동부가 8월 10일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부터 시작된 주휴시간 갈등은 국무회의 처리를 앞두고 극에 달했다.

개정안이 내년부터 시행되면 대졸 신입사원 연봉이 5천만원이 넘는 현대차를 비롯한 여러 대기업에서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사례가 더 나오게 되기 때문이다.

이미 고용부는 올해 현대모비스와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로감독을 벌인 결과 최저임금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저임금법 위반은 대표이사가 형사처분되는 사안으로 기업들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중심으로 고용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경총은 20일 열린 차관회의를 앞두고 연일 경영계 단체들을 대표해 성명과 자료를 발표하는 등 반발의 강도를 높여 왔다.

경총에 따르면 회원사 A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주휴시간을 제외한 월 174시간(주 40시간×월평균 주 수 4.345)을 적용하고 있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근로기준법상 주휴일(일요일 8시간)에 노조와 합의한 유급휴일(토요일 8시간)을 더해 월 243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

다른 회원사 B사는 노사 합의로 유급휴일을 토·일 각 8시간으로 정하면서 최저임금 산정은 일요일만 반영한 209시간으로 적용하기로 했는데 시행령이 개정되면 243시간으로 늘어난다.

시행령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해 내년부터 적용된다면 월 최저임금액 조정 폭은 A사는 40%, B사는 16.3%에 이른다.

현대차 역시 243시간을 적용해야 하므로 내년에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직원이 7천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 기업처럼 유급 주휴일이 2일 이상인 대기업은 33%로 조사됐다고 한국경제연구원은 밝혔다.

반면 고용부는 그동안 유급처리되는 시간을 합산하도록 행정해석을 고시해왔다며 시행령 개정이 기업에 추가 부담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고용부 행정해석과 대법원 판례가 다르다는 점에서 사측에 유리한 대법원 판례를 적용하고 있다.

아울러 고용부는 올해 2월 대우조선해양에서 최저임금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며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창원지검 통영지청은 대법원 판례를 적용하면 위반이 아니라며 불기소하는 등 고용부와 검찰 간에도 견해차를 보였다.

고용부는 시행령을 개정하면 판례와 불일치가 해결된다는 입장이며 개정안은 20일 차관회의에서 원안대로 통과돼 24일 국무회의에 올라갔다.

근로자의 장시간 노동에 고속성장을 의존했던 1970년대부터 기업들이 기본급을 최소화한 대신 각종 수당으로 기본급을 보완하는 임금체계를 바꾸지 않고 계속 이어온 것이 최근의 최저임금법 위반 사태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 기본급 중심으로 임금구조를 개편해야 하는 과제가 남겨진 셈이다.

◇ 상여금 분할지급으로 해결 추진…통상임금 인상 이슈로 번지나

당장 최저임금 위반 위기에 놓인 기업들은 시행령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최저임금에 맞게 급여를 인상하는 대신 인상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인 상여금 분할지급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를 비롯해 고용부가 위반으로 판단한 현대모비스와 대우조선해양 등은 상여금을 격월로 지급하고 있어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상여금의 요건인 매월 지급에 맞지 않는다.

이들 기업이 상여금을 매월 지급으로 바꾸면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산식으로 바뀌더라도 시급은 1만원대로 올라가 위반을 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정지시를 받은 현대모비스는 상여금을 월할 지급으로 바꾸는 취업규칙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국회는 5월 최저임금법을 개정하면서 2개월 이상 주기로 지급하던 상여금을 매월 지급으로 취업규칙을 바꿔도 사업주가 근로자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쳤다면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을 포함한 바 있다.

정부도 주휴시간 포함 방침은 물러서지 않는 대신 임금구조 개편을 유도하고 나섰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20일 “상여금 등의 비중이 높은 고액연봉자임에도 최저임금 위반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있다”라며 “사업장에서 임금체계 개편 의지가 있는 경우에는 취업규칙 변경, 노·사 합의 등 임금체계 개편에 필요한 적정 시정 기간을 부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여금 분할지급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금지에 어긋나지는 않지만, 상여금 지급 시기를 명시한 단체협상 위반이라는 점에서 노조의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상여금 월할 지급 방안을 놓고 노조와 성실히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노조는 취업규칙 변경에 반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노조 관계자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도록 하면 자동으로 최저임금에 적용되기 때문에 단체협상의 통상임금 범위를 변경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월할 상여금을 최저임금에만 넣으면 통상임금보다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생기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미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개월을 초과해 지급하는 금품도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있다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을 내렸고, 지난해 8월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반면 경영계는 통상임금은 각종 수당과 퇴직금 산정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상여금 포함에 반대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최저임금제도와 통상임금제도는 목적이 다르다’고 밝힌 부분을 강조하며 통상임금 포함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현재 단체협상은 내년 3월 말까지이며 임금개선위원회를 가동하기로 합의한 상태로 당장 다음 달부터 상여금을 매월 지급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의 국무회의 최종 통과 여부를 지켜보는 상황”이라고만 밝혔다.

대우조선 역시 현재 임단협에서 상여금 분할지급 안건을 논의 중이나 노조는 단순히 최저임금 산입을 위한 분할지급에는 반대하고 있다.

◇ 대기업, 주 52시간 근로는 정착…탄력근로제 확대 추진

대기업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는 비교적 원활하게 정착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은 이미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이전부터 현행 ‘자율 출퇴근제’를 월 단위로 확대한 ‘선택적 근로시간제’, 근무시간 관리에 직원 자율권을 부여하는 ‘재량근로제’ 등을 시행해왔다.

여기에 사내 전산시스템 개선, 통근버스 및 어린이집 운영시간 조정 등 세부적인 시스템들도 조율하면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안착하는 분위기다.

다만, 연구·개발(R&D) 인력처럼 특정 기간에 근무가 집중될 수밖에 없는 성격의 업무에 대해선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현행 3개월보다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조선업계도 해양플랜트 설치 공사나 선박 해양 시운전 등의 업무는 현행 3개월 탄력근로제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6개월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경총 등 경영계에서는 탄력적근로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1년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꾸준히 건의해왔다.

이에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20일 첫 전체회의를 열고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경사노위 논의 결과를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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