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재건축에 세입자 몰려… 작년 ㎡당 385만원으로 급등
서울 용산구 용문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34)씨는 오는 4월 경기 고양시 행신동으로 이사 간다. 현재 1억 8000만원에 살고 있는 전용 50㎡ 빌라 전세가 2억 3000만원으로 뛰어서다. 김씨는 “2년 전에도 대출받아 겨우 계약했다”면서 “더 빚을 내기가 부담스러워 경기도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인근 지역의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연립이나 빌라·다세대 등의 전세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2년 새 빌라 전셋값이 20~30%는 뛴 것 같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급등하는 아파트 전셋값을 이기지 못한 세입자들이 빌라·연립으로 몰리면서 이들 전셋값도 급등한 것”이라면서 “가격으로는 ‘억 단위’로 오른 아파트보다 적지만, 세입자 대부분이 서민들이라 실제 받는 충격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초구 연립·다세대 전셋값이 ㎡당 543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강남구(534만원), 영등포구(484만원), 강동구(469만원), 송파구(448만원) 등의 순이었다.
4년 만에 연립·다세대 전셋값이 57.1%나 급등한 것은 지난 3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타면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낸 것도 한몫을 한다. 재건축이 얼마 남지 않은 아파트에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전세를 살던 세입자들이 이주가 시작되면 연립·다세대로 몰리면서 전셋값이 껑충 뛴 것이다.
송파구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갑자기 1억원가량의 전세를 구해야 하는 세입자가 몇백명씩 늘어나면서 한 달 만에 1000만~2000만원이 뛰는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문제는 올해도 재개발·재건축 이주 수요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1000가구 이상 주요 재개발·재건축에서만 2만 1500여 가구의 이주 수요가 발생한다.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을 앞둔 강남 소형 아파트는 전세가가 1억원이 안 되는데 재건축에 들어가면 이주가 불가피하다”면서 “올해도 서민들의 전세 상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2017-02-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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