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사 누적 손실 2300억원 육박
부실 사업장 투입금 6.7조로 늘어
외부서 끌어당긴 부채도 4배 급증
당국, 무궁화신탁 시정조치 검토
부동산 신탁사들이 부동산 호황기에 무분별하게 벌인 책임준공형(책준형) 토지신탁이 한동안 이어졌던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과 엮여 부실 뇌관으로 떠올랐다. 신탁사들의 건전성 위기가 제기되며 금융당국은 일부 신탁사에 대한 적기시정 조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업계 6위 무궁화신탁에 대한 적기시정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무궁화신탁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당국 권고치인 150%를 밑도는 125%에 불과하다. 6월 말까진 306% 수준이었는데 최근 급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무궁화신탁 NCR 문제는 회사가 보고하고 공시한 부분이 있어 살펴보는 중”이라며 “신탁사 취약 요인들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NCR은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로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눠서 구한다. 이 수치가 하락하면 신탁사의 위험 부담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NCR이 1000%는 넘어야 신탁사가 양호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무궁화신탁뿐 아니라 업계 전반이 이런 건전성 악화 문제를 겪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국내 14개 부동산 신탁사의 누적 순손실은 2281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1년 전까지만 해도 3732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책준형 신탁을 공격적으로 확대한 회사들을 중심으로 손실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책준형 신탁은 신탁사가 대주단에게 기한 내 준공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하는 방식의 신탁을 말한다. 시공사가 부도 나면 준공 책임은 신탁사가 지게 되는 구조다.
실제 신탁사가 부실 사업장에 자체 투입한 자금인 신탁계정대여금도 급증세다. 올 9월 말 기준 6조 6930억원 규모인데 2년 전인 2022년 9월 말 2조 2236억원 규모였던 것과 비교해 세 배나 뛰었다. 이런 자금 투입을 위해 외부에서 빌려오는 돈도 급증하고 있다. 9월 말 차입부채 잔액은 약 3조 1635억원으로 2년 전(8834억원)과 비교해 3.6배 급증했다. 2년 사이 신탁사들의 부채 비율도 36%에서 69%로 뛰었다. 특히 9월 말 기준 대한토지신탁(146.8%), 신한자산신탁(139.5 %), KB부동산신탁(109.0%), 한국투자부동산신탁(120.5%) 등 부채 비율이 100% 넘는 회사들도 4곳이나 된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땐 금방 건물을 지어서 팔면 되니까 신탁사들이 리스크를 지더라도 그만큼 높은 수수료를 받으면서 돈을 잘 벌었다. 최근엔 시공사들이 무너지면서 진짜로 보상을 해 줘야 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4-11-2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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