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엔 개선된 대기업 지배구조…까보면 여전히 ‘총수 뜻대로’

겉보기엔 개선된 대기업 지배구조…까보면 여전히 ‘총수 뜻대로’

나상현 기자
입력 2020-12-09 19:08
수정 2020-12-0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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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20곳 총수 이사직 등재 없었지만
이사회, 감시 못하고 ‘거수기’ 역할 그쳐

삼성과 한화 등 대기업집단 20곳은 총수가 계열사 이사직을 전혀 맡지 않았다. 이사회는 전체 안건의 99.5%를 원안대로 의결하는 등 ‘거수기’ 역할을 벗어나지 못했다.
성경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책과장이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경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책과장이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이런 내용이 담긴 ‘2020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공개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올해 5월 기준 58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총수 일가 이사 등재·이사회 작동현황 등을 담았다.

대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는 51곳의 소속회사 1905개사 가운데 총수 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16.4%(313개)였다.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집단은 삼성,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대림, 미래에셋, 금호아시아나, 효성, 코오롱, 이랜드, DB, 네이버, 한국타이어, 태광, 동원, 삼천리, 동국제강, 하이트진로, 유진 등 20개였다. 이 가운데 절반은 총수를 포함해 2·3세조차 단 한 곳의 계열사에서도 이사를 맡지 않았다. 총수 일가가 등기임원을 맡을 경우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는 만큼 이를 회피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58개 기업집단 소속 266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864명으로 전체 이사의 50.9%를 차지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96.5%에 이르지만, 전체 이사회 안건 중 사외이사 반대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못한 것은 0.5%에 불과했다. 특히 계열사 간 대규모 내부거래 안건(692건)의 경우 1건을 뺀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넘어갔다. 내부 감시기능을 해야 하는 사외이사가 ‘거수기’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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