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만에 장중 1,900선 무너지기도…외인 5천억원 순매도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가치 급락으로 불붙은 신흥국의 금융위기 우려가 27일 국내 증시를 강타했다.’아르헨티나 충격’ 코스피 1,910선 마감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가치 급락으로 불붙은 신흥국의 금융위기 우려가 27일 국내 증시를 강타했다. 이날 코스피는 한때 장중 1,900선이 무너지면서 1,899.76까지 내려갔으나 전날 거래일보다 30.22포인트(1.56%) 내린 1,910.34으로 장을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연합뉴스
연합뉴스
외환보유고가 급감한 아르헨티나에서는 중앙은행의 환율방어력에 의구심이 일면서 13년 만에 다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수도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밖에도 터키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의 통화 가치도 하락세를 보여 시장에서는 신흥시장의 금융위기설이 피어나는 상황이다.
1997년 태국의 바트화 가치 폭락을 시작으로 아시아 전역으로 퍼진 외환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투자 심리를 짓눌렀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8∼29일(현지시간)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회에서 추가로 자산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불안감을 더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신흥국 시장 불안이 국내 증시에 단기적인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신흥시장에 대한 ‘옥석 가리기’에 나설 경우 펀더멘털(기초요건)이 양호한 국내 증시의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코스피는 1.79% 하락한 1,905.91로 장을 시작해 곧바로 장중 1,900선이 무너지면서 1,899.76까지 내려갔다. 코스피 1,9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해 8월28일(1,884.52)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후 하락폭을 줄여나간 코스피는 결국 전 거래일보다 30.22포인트(1.56%) 내린 1,910.34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주말 아르헨티나의 금융위기 우려로 미국과 유럽 증시가 급락한 영향을 받아 국내 증시도 힘을 쓰지 못했다.
신흥국 통화 가치는 미국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 방침을 밝힌 지난해 말 이후 불안한 모습을 보이다 지난주 중국의 제조업 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자 급락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아르헨티나에서 촉발된 금융위기가 다른 신흥시장으로 전염될 가능성을 우려한다”면서 “국내 증시는 단기적인 충격을 받겠지만 펀더멘털이 양호한 상태라 신흥시장 내에서 부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이 이번 주 FOMC 위원회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100억 달러 더 축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와 신흥시장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는 형국이다.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추가로 한다는 것은 경기가 좋아진다는 증거라서 증시에 호재일 수 있지만, 미국이 ‘돈줄 죄기’에 나서는 만큼 신흥국에서는 자금 이탈 우려가 더 커진다.
신흥국 시장과 미국의 자산매입 추가 축소에 대한 불안감에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로 돈을 빼갔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5천146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12일 6천71억원 순매도한 이후 한달여 만에 최대 규모로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다.
개인도 22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 홀로 5천189억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의 추가적인 하락을 막았다.
프로그램 매매에서 차익 거래는 매수 우위를 보였지만 비차익 거래가 매도 우위를 나타내 전체적으로 1천495억원의 순매도가 이뤄졌다.
업종 대부분이 하락한 가운데 화학이 -2.52%로 가장 많이 떨어졌고 통신업(-2.37%), 서비스업(-2.37%), 종이·목재(-1.96%) 등도 약세였다.
시가총액 상위주도 대체로 내렸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각각 -1.15%, -1.97% 떨어졌고 POSCO(-1.81%), SK하이닉스(-1.81%), NAVER(-2.95%), 한국전력(-1.62%) 등도 하락했다. 반면 현대모비스(0.51%)와 기아차(1.52%), 신한지주(0.45%) 등은 올랐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2.80포인트(2.46%) 내린 507.51로 마쳤다.
코넥스시장에서는 17개 종목에서 3억8천만원의 거래가 이뤄졌다.
아시아 증시도 동반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지난 주말보다 385.83포인트(2.51%) 급락한 15,005.73, 토픽스지수는 35.37포인트(2.80%) 떨어진 1,229.23으로 거래를 마쳤다.
대만 가권지수도 1.58% 하락한 8,462.57로 장을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는 전일 종가보다 3.2원 오른 1,083.6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