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울리는 ‘ㄴ’, 흐르는 ‘ㄹ’/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울리는 ‘ㄴ’, 흐르는 ‘ㄹ’/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7-03-29 17:42
수정 2017-03-29 17:5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ㄴ’은 콧소리다. 코로 공기를 내보내면서 콧속을 울려 소리를 낸다. ‘ㅁ’이나 ‘ㅇ’과 같다. 이때 혀끝은 윗잇몸에 붙였다 뗀다. 받침일 때는 혀끝을 떼지 않는다. ‘ㄴ’ 자는 이때의 모양을 본떠 만들어졌다. ‘ㄹ’은 흐름소리다. 혀끝이 윗잇몸을 한 번 치면서 나는 소리다. 받침일 때는 역시 혀끝을 붙이며 혀 양쪽으로 공기를 내보낸다.

‘ㄴ’과 ‘ㄹ’은 똑같이 혀끝과 윗잇몸이 닿아서 나는 소리다. 유성음, 즉 울림소리라는 점에서도 닮았다. 자음, 곧 닿소리이지만, 모음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 ‘ㅁ’, ‘ㅇ’과 함께 닿소리 가운데 이러한 특징을 가졌다. 자음이면서 모음 같은 부드러움을 지녔다. 그러면서 밝고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을 준다.

이런 공통점 때문일까. 맞춤법과 관련해 헷갈려 하는 경우가 있다. 두음법칙 가운데 단어의 첫머리가 아닌데도 다른 소리로 바뀌는 예가 있다. ‘률’과 ‘렬’이 첫머리가 아니어도 ‘율’과 ‘열’로 발음되는 것이다. 모음이나 ‘ㄴ’ 받침 뒤에 이어지는 ‘률’과 ‘렬’은 본래 음이 아니라 ‘율’과 ‘열’로 발음된다. 따라서 표기도 그렇게 한다. ‘비율’, ‘선율’, ‘백분율’이 되고, ‘나열’, ‘진열’, ‘분열’이 된다.

모음과 ‘ㄴ’ 받침 뒤에서는 첫머리에서처럼 ‘ㄹ’을 꺼리는 것이다. 한데 ‘ㄹ’ 받침 뒤에서도 ‘율’로 적으려는 경우가 조금 있다. ‘굴절율’, ‘자살율’처럼. 아마도 ‘ㄹ’이 다른 자음들과 달리 ‘ㄴ’과 가깝게 여겨져서인지 모르겠다. ‘ㄴ’은 부드럽게 울리고, ‘ㄹ’은 물 흐르듯 흐른다.

이경우 어문팀장 wlee@seoul.co.kr
2017-03-30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 여러분은 만족한가요?
15년 만에 단행된 카카오톡 대규모 개편 이후 사용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는 “역대 최악의 업데이트”라는 혹평과 함께 별점 1점 리뷰가 줄줄이 올라왔고, 일부 이용자들은 업데이트를 강제로 되돌려야 한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카카오는 개선안 카드를 꺼냈다. 이번 개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1. 개편 전 버전이 더 낫다.
2. 개편된 버전이 좋다.
3. 적응되면 괜찮을 것 같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