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들뜨는 마음 ‘설레다’/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들뜨는 마음 ‘설레다’/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7-04-19 22:50
수정 2017-04-19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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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만 설레는 게 아니다. 풀도 설렌다. 바람이 올 때마다 풀들은 설렌다. 흔들흔들, 하늘하늘 몸짓을 한다. 한가하게 멋대로 노니는 듯하다. 나뭇가지들도 설렌다. 바람이 일 때 작은 나뭇가지들은 이리저리 움직인다. 떨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설레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물도 설렌다. 뜨거운 기운이 가까이 있을 때 물은 설렁거린다. 넓은 그릇의 물처럼 천천히 그리고 고르게 끓는다. 뜨끈뜨끈해서 주체를 못 하고 설렁댄다. 이렇게 물이 설설 끓거나 일렁이는 것도 설레는 것이다.

‘설레다’는 본디 이런 모양이다. 작고 잔잔함이며 흔들리고 일렁거림이다. 사람도 그런다. 하늘거리고 흔들리고 일렁인다. 단지 그것이 마음이어서 잘 보이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이런 마음을 ‘설렌다’는 말로 내뱉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설레인다’라고 ‘이’를 넣어 말한다. 이 말은 ‘설레다’보다 조금 선명하게 들리지만, 비표준형이어서 대접을 받지는 못한다.

풀과 나뭇가지는 바람에, 물은 불에 설렌다. 사람은 사람에게 설렌다. 사람을 맞는 일은 곧 설레는 것이기도 하다. 설렘은 사는 맛을 달라지게 한다. 살아가는 일을 밋밋하게 하지 않는다.

매일같이 정치를 만난다. 대부분 언어를 통해 만나게 된다. 정치인도 언어로 접하는 일이 많다. 그들의 언어는 멋있고 화끈하게 들린다. 설레는 말을 듣고 싶다. 설레는 말은 덧칠하지도 포장하지도 성형하지도 않은 것이다. 그러면서 품격 있는 말이다. 설레는 대선 후보를 보고 싶다.

이경우 어문팀장 wlee@seoul.co.kr
2017-04-2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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