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은’과 ‘는’/이경우 어문부장

[말빛 발견] ‘은’과 ‘는’/이경우 어문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9-08-21 23:04
수정 2019-08-22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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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모를 거야.’ ‘나는 누구인가.’ 이 문장들에서 ‘당신’과 ‘나’는 주어다. “‘은’과 ‘는’ 앞에 있으니까”라고 여기는 독자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문장의 맥락을 보고 주어라는 사실을 안다. ‘은’과 ‘는’은 주어 옆에 자주 있지만, ‘이것이 주어’라고 알리지 않는다. 단지 특별한 의미를 더해 주는 보조사 구실을 할 뿐이다. ‘은’이나 ‘는’이 오면 주격조사 ‘이’나 ‘가’는 자리를 내준다.

그렇다고 ‘은’과 ‘는’이 ‘이’와 ‘가’의 역할까지 하지는 않는다. ‘은·는’은 자신들이 맡은 기능만 한다. ‘당신은 모를 거야’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은 모를 거야’라는 말이 된다.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당신’은 ‘다른 사람’과 비교 혹은 대조되고 있다. ‘은’ 때문이다. ‘나는 누구인가’에서 ‘는’은 ‘나’가 이야기의 소재, 즉 ‘화제’임을 알린다. 동시에 뒤에 오는 서술어로 초점을 옮긴다. ‘나’가 어떠한지, 무엇인지에 온통 관심을 집중시킨다.

‘옛날에 흥부와 놀부가 살았다’는 익숙하지만, ‘흥부와 놀부는 살았다’는 낯설다. ‘은·는’은 이렇게 새로운 것에는 거부감을 갖는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미 알려진 정보일 때만 받아들인다. 이처럼 새로 시작되는 일들에도 통과의례라는 게 있다.

wlee@seoul.co.kr

2019-08-2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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