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신정희 ‘부부 시리즈 1’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신정희 ‘부부 시리즈 1’

입력 2017-08-18 17:58
수정 2017-08-18 18:5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신정희 ‘부부 시리즈 1’, 45×38㎝, 캔버스에 오일
신정희 ‘부부 시리즈 1’, 45×38㎝, 캔버스에 오일 목원대 회화과 졸업, 미술과비평 우수작가. 2017 인사아트센터 개인전
몸/이영광

몸은 제 몸을 껴안을 수가 없다

사랑할 수가 없다

빵처럼 부풀어도

딴 몸에게 내다 팔 수가 없다

탈수하는 세탁기처럼

덜덜덜덜덜덜덜덜덜, 떨다가

안간힘으로 조용히

멈춘다, 벗을 수가 없구나

몸은 몸속에서 지쳐 잠든다

몸은 결국 이렇게 죽는다

인류는 몸에 갇혀 살다가 몸속에서 죽음을 맞는 종(鍾)이다. 한숨 쉬고, 울고, 웃고, 먹고, 똥오줌을 싸고, 사랑을 하고, 더위에 땀 흘리고, 춥다고 덜덜 떨고, 배고파 헐떡이고, 외롭다고 징징거리고, 놀라 소름이 돋고, 몸살에 걸리고, 대상포진을 앓고…. 사람은 이 모든 일을 몸으로 겪어 낸다. 제 몸을 끔찍이 아끼지만 그것을 껴안을 수도 없고, 답답하다고 벗어 버릴 수도 없다. 사람은 몸의 수인(囚人)인 것. 시인의 통찰에 따르면 우리는 이 몸속에서 안간힘을 하며 버티다가 몸속에서 지쳐 잠들고, 결국 몸에서 최후를 맞는다.

장석주 시인
2017-08-19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