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인식론/진은영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인식론/진은영

입력 2018-08-02 17:20
수정 2018-08-03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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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론/진은영

호랑이를 왜 좋아하는지 몰라요
작은 나무 의자에 어떻게 앉게 되었는지 몰라요
언제부터 불행을 다정하게 바라보게 되었는지
정원사가 가꾸지 못할 큰 숲을 바라보듯 말이죠
언제부터 너의 말이 독처럼 풀리는지 몰라요

맑은 우물은 여기부터
하나,
둘,
셋,

이 낡은 의자에서… 언제쯤 일어나게 될는지
몰라요 나의 둘레를 돌며 어슬렁거리는 녹색 버터의 호랑이들
대체 뭘 바라는 거죠? 몰라요
이 시를 몰라요 너를 몰라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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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는 것. 무명(無明). 이보다 더 인간적인 말이 있을까. 내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돌아가는지? 왜 매일 같은 건물로 출입을 하는지? 무엇을 그리워하며 밥 먹고 싸우고 술 먹고 그러다 울며 집으로 돌아오는지? 무엇을 위해 정기적금을 들고 펀드에 가입하는지? 도대체 몇 년을 더 일해야 아파트 할부 금융은 끝나는지. 북의 젊은 지도자와 미국의 나이 든 지도자의 헤어스타일은 무엇을 뜻하는지? 평범한 시민이 옥류관에 가 냉면 한 그릇 먹을 수 있는 시간은 언제 올는지. 진은영은 말한다. 모른다는 것, 거기서 맑은 우물이 시작된다고. 이 시를 모르고 너를 모르고 그래서 세상은 살 만하다고.



곽재구 시인
2018-08-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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