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안녕 아저씨/임철우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안녕 아저씨/임철우

입력 2019-09-05 17:34
수정 2019-09-06 02:0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강요배 / 해.풍.홍(80x116.7㎝,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2)
강요배 / 해.풍.홍(80x116.7㎝,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2) 제주의 역사를 화폭에 담는 화가, 옥관문화훈장
안녕 아저씨 / 임철우

오늘밤 우리는 돌담 위에 셋이서 나란히 앉아 있어
이 자리에 걸터앉으면 당신 방 창문이 한눈에 다 들어오지
지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당신의 옆모습 이 창 너머로 빤히 들여다보여
당신은 오늘따라 늦도록 잠자리에 들지 않고 열심히 책을 읽고 있네

난 그 책에 무엇이 씌어 있는지 알고 있어
그건 어떤 섬에 관한 이야기야
난 그 섬을 알아
아직 가본 적도 없으면서 어떻게 아느냐고?
그건 우리가 찾아가야 할 섬 우리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섬이니까
어쩌면 오늘밤 우리는 마침내 그 섬에 도착할지도 모르거든

*** 소설이 시처럼 읽힐 때가 있다. 황순원의 ‘소나기’와 ‘메밀꽃 필 무렵’, 알퐁스 도데의 ‘별 이야기’를 처음 읽던 시절 마음이 뜨거워졌다. 언젠가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 한 편 쓸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임철우가 제주 4·3사태를 다룬 마음 애틋한 소설 ‘돌담에 속삭이는’을 펴냈다. 그와 나는 동학혁명 60년 뒤의 같은 날 태어난 인연이 있다. 돌담 위에 앉은 세 어린 것의 이름은 몽희 몽구 몽선이다. 토벌대에 숨진 어린 영혼들이 자신들이 살던 돌담 집을 떠나지 못하고, 그 집에 이사 들어온 소설가와 교감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제주의 풍광 속에 스민 아픈 역사와 마주치게 된다. 이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제주를 찾는 이들이 읽었으면 싶다.

곽재구 시인
2019-09-06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