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새뱅이 찌개/신언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새뱅이 찌개/신언관

입력 2022-05-05 20:32
수정 2022-05-06 00:4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새뱅이 찌개/신언관

가을 일 끝나고
얼음 얼기 전 이맘때
댕댕이넝쿨 바구니와 얼기미 들고
마른 억새 된서리 헤치며
논둑 따라 둠벙에 가면
방개가 저쪽 끝으로 도망가고
송사리 떼가 새까맣게 물을 튀기는데
가장자리 슬쩍 훑으면
톡톡 튀는 새뱅이 한 웅큼 올라온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송사리와 새뱅이 한 사발 내기
그리고 쌀방개 몇 마리
금세 바구니 가득 챙겨
젖은 발 시린 줄도 모르고
엄마한테 뛰어간다

열한 살 꽁꽁 언 발
아궁이 앞에서 녹이고 있으면
이듬해 먼 곳으로 가버린 엄마는
빨간 새뱅이찌개를 만든다

새뱅이찌개 새뱅이찌개. 혼자 중얼거리는데 기분이 좋아지네요. 음식 이름을 듣고 시가 좋아지기는 백석의 시 ‘국수’ 이후 처음입니다. ‘국수’를 읽고 있으면 내가 조선 사람이라는 의연한 자부심이 들지요. 새뱅이는 민물새우입니다. 어린 시절 고무신으로 새뱅이를 잡고 놀았지요. 새뱅이는 작고 귀엽고 살빛이 사랑스럽습니다. 새뱅이를 생각하니 나도 엄마 생각이 납니다. 새뱅이는 이 땅의 산하에 이 땅의 어머니들이 풀어놓은 하고많은 그리운 우리들의 얼굴인지도 모릅니다.

2022-05-06 2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 여러분은 만족한가요?
15년 만에 단행된 카카오톡 대규모 개편 이후 사용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는 “역대 최악의 업데이트”라는 혹평과 함께 별점 1점 리뷰가 줄줄이 올라왔고, 일부 이용자들은 업데이트를 강제로 되돌려야 한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카카오는 개선안 카드를 꺼냈다. 이번 개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1. 개편 전 버전이 더 낫다.
2. 개편된 버전이 좋다.
3. 적응되면 괜찮을 것 같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