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시의회는 法 위에 서겠다는 건가

[사설] 서울시의회는 法 위에 서겠다는 건가

입력 2011-03-18 00:00
수정 2011-03-18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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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무상급식에 대한 시민 찬반투표를 저지하려고 ‘주민투표 조례 개정안’을 발의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시의회가 예산을 심의·의결해 확정한 주요 사안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게끔 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당파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겠다는 뜻인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주민투표제는 대의(간접) 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도입한 직접 민주주의의 한 방식이다. 그 원칙과 절차는 주민투표법에 명기돼 있다. 그런데도 주민투표법의 정신을 거스르면서까지, 지방의회가 하위법인 조례를 개정해 주민투표 권리를 제한하려 한다는 건 법리상 용납되지 않는다. 아마 이번 개정안을 추진하는 서울시 의원들은 스스로 법 위에 군림한다고 착각하는 모양이다. 게다가 개정안대로 ‘시의회가 예산을 심의·의결해 확정한 주요 사안’을 제외한다면 과연 주민투표로 결정할 만한 일이 뭐가 남겠는가.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가 무상급식 정책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 주민투표까지 오게 된 과정이 볼썽사나왔던 건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일단 법으로 보장된 주민투표 절차를 한쪽에서 밟아 나간다면 상대방은 이를 존중해 주는 게 민주사회에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런데도 이를 저지하려고 조례를 바꾸는 꼼수를 부리는 행태는 결국 서울시의회가 누워서 침 뱉는 격이 될 뿐이다.

무상급식을 원하는 대로 꼭 해야겠다면,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권한에 넘치는 조례 개정 작업을 즉시 중단하고 서울시민들을 상대로 무상급식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 집중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고 이 같은 억지를 계속 부린다면 그 행태가 미워서라도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시민들조차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1-03-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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