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휘당국 업무태만 엄히 묻고 처벌하라

[사설] 지휘당국 업무태만 엄히 묻고 처벌하라

입력 2014-04-28 00:00
수정 2014-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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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헌법과 법령을 준수하고, 국가를 수호하며,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대한민국의 공무원 누구도 예외 없이 복창해야만 하는 공무원 선서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세월호 대참사 국면에서 과연 우리 공무원들이 임명장을 받을 때 다짐한 그 선서문대로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임무를 다했는지 진지하게 되묻고 싶다. 특히 실종자 구조 등 사태 수습 과정의 난맥상으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지휘 당국의 과실과 업무태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마땅하다.

일각 일초가 천금과 같은 세월호 침몰 초기에 인명 구조 비상시스템은 멈춰 섰다. 해경의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세월호가 제주 VTS에 처음으로 침몰 신고를 한 후 진도 VTS와 교신하기까지 몇 분간의 공백은 두고두고 통한으로 남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당연직 본부장인 안전행정부 장관은 일사불란하게 구조 작업을 진두지휘해야 했지만 사고 당일 오후 늦게까지 외부행사에 참석하느라 자리를 비웠다. 그 시간 구조 현장은 선장 없는 배 모양으로 우왕좌왕하다 결국 ‘좌초’했다.

위기 때 영웅과 간신이 드러난다고 했다. 단언컨대 이번 대참사에서 영웅은 이름없는 민초들이었고, 간신은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먹는 공직자들이었다. 세월호 여승무원, 단원고 교사와 학생, 진도 어부 등은 몸을 사리지 않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반면에 공직자들은 납작 엎드린 것도 모자라 국민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만 안겼다. 교육부장관이라는 사람은 유족들이 체육관 맨바닥에 얼굴을 묻고 대성통곡하고 있는데도 팔걸이 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고, 사또 행차하듯 희생된 학생 빈소를 찾아 빈축을 사기도 했다. 팽목항 구조 현장의 공직자들은 피해자 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을 헤아리기는커녕 “지시를 받지 못했다”며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그제 진도 VTS와 제주 VTS를 압수수색했다. 초기 업무태만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교신 녹음을 변조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마당이다. 진상을 밝혀내 사실이라면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차제에 지휘 당국을 비롯한 공직사회의 업무태만 여부도 철저히 조사한 뒤 실명을 밝혀 후세의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하고, 퇴직 후에도 세금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것은 재직할 때 진심전력을 다해 국민에게 봉사하라는 뜻이다. 그런 최소한의 공복(公僕) 의식도 없는 공무원이라면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
2014-04-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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