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제역 ‘물백신’… 한국형 백신 개발 서둘러야

[사설] 구제역 ‘물백신’… 한국형 백신 개발 서둘러야

입력 2015-03-27 18:34
수정 2015-03-2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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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백신 접종만 잘하면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해 왔지만 기존에 써 오던 백신은 농민들의 주장처럼 ‘물백신’(효과가 떨어지는 백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그제 구제역 세계표준연구소인 영국 퍼브라이트로부터 국내에서 사용 중인 구제역 백신주 ‘오 마니사’는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와 면역학적 상관성이 낮은 수준(0.1~0.3)이라는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면역학적 상관성은 1에 가까울수록 예방 효과가 높다. 0.3 이상은 돼야 구제역 방어 효과가 있다고 한다. 기존 백신은 효과가 떨어진다는 일부 축산 농가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정부는 고의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거짓말을 한 꼴이 됐다.

농식품부는 지난달에야 기존 백신에 ‘오(O)3039’ 신형 균주를 추가한 새로운 백신을 수입해 구제역 발생 지역에 우선 접종해 왔다. 신형 O3039는 면역학적 상관성이 0.42~0.73으로 효과가 훨씬 좋다. 농식품부는 기존 백신이 효과가 없다는 축산 농가의 주장이 나오자 백신의 효과는 확실하며 접종 방식이 잘못됐다는 입장만 되풀이해 왔다. 하지만 ‘물백신’임이 확인된 만큼 할 말이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효능이 떨어지는 백신을 지속적으로 접종해 오면서 방역 당국이 사실상 구제역을 토착화시켰다고 비난하고 있다. 담당 공무원들이 자기 돈으로 백신을 샀다면 이런 백신을 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농식품부는 백신을 제대로 접종하지 않은 농가에 대해서는 살처분 보상금을 예정대로 깎을 것이라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차단 방역에 실패한 농가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처방이 틀렸는데도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 구제역 대재앙을 겪으며 3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이후에도 구제역을 막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구제역 백신을 전량 수입하는 상황이어서 효과가 좋은 백신을 외국 회사에서 곧바로 사 오기가 쉽지 않은 것도 중요한 원인일 수 있다. 구제역에 발 빠르게 대응하려면 우리나라 구제역 바이러스에 적합한 한국형 백신의 개발이 시급하다. 백신연구센터는 8월 말쯤 완공된다. 내년 말부터는 한국형 백신이 생산될 수 있지만 그때까지 구제역 파동은 또 일어날 수 있다. 국산 백신 개발 일정을 더 서두르는 등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2015-03-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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